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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은 아무나 가나(2)

by 얼음마녀

우리는 성대한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영어연수(4주)가 끝나면 바로 연결되는 1주간의 정책연수(뉴욕, 워싱턴, 벌링턴)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만찬 식당에서 브라이언이라는 UGA 소속 강사가 유난히 우리들에게 친근감을 표했는데 우리 교육생 중 탁구를 하는 분들이 있어 조만간 만나서 탁구 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영어가 능통하지 않아도 이렇게 운동 등 연결고리가 있다면 더 친근해지고 영어 배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음날은 도서관에서 책도 대출할 수 있고 그곳 서점(서점이라기보다는 온갖 종류의 문구와 기념품, 의류까지 판매)에서 할인받을 수 있고 짐 이용할 수 있는 학생증을 원하는 사람은 30달러를 주고 만들라고 했는데 체육관 이용하지 않아서 굳이 만들 필요는 없었다. 어떤 교육생이 기념으로 가지고 싶어서 만든다기에 덩달아 만들었는데 나중에 미니멀 라이프 추구하면서 다 버려버린 게 아쉽긴 하다. 캠퍼스 내에 큰 체육관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운동하거나 수영할 수 있는 사람은 학생증 제시할 때 할인이 가능하데서 만든 사람도 있지만 그 거리가 상당해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고 그 시간대를 정확히 파악해 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듯싶었다.

본격적으로 캠퍼스 구석구석을 안내를 받으며 투어 하면서 든 생각은 좋은 기회를 통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다는 것이다. 넓은 캠퍼스는 온통 초록의 키가 큰 나무들로 가득해 내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천재성과 창조성이 막 품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 중학교 재학 중인 두 딸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마음 가지고만 되는 게 아니다. 젊은 시절 미국뿐 아니라 외국에서 잠시나마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일 거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영어를 익히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아주 어릴 때나 초등학교 때 아님 중고등 시절에 미국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영어를 익힌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것이다.

지금 이 나이에 영어문장을 하나 만들려면 단어 생각하고 그 순서를 조합하고 말에도 사투리가 섞여 나오는 거 같고 내가 원하는 고상한 영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릴 때 영어권 나라에서 산다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한국말 흡수하듯 흡수할 테니깐 그들에겐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지금 영어 공부하면서 힘든 사실 하나는 영어뉴스 듣다가 나도 모르게 정신이 다른 데로 분산돼서 집중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언어가 흡수된다면 그냥 틀어놔도 머릿속으로 내용이 들어올 것인데 언제 그런 경지에 도달할지 의문이다.

첫날 우리는 캐런이라는 강사분의 안내로 시차에 적응하기도 전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에세이를 써서 제출했고 , 간단한 문법 문제에 대해 시험을 치르고 , 그 결과에 따라서 수준별로 4개 반으로 나뉘었다. 각 반별로 수업시간이나 내용은 달랐다. 수업 강의실 등 변경사항은 수시로 자신의 이멜 공지사항을 확인해야 했다. 그룹으로 나뉘어 수업받으면서 우리 교육생만 있는 게 아니라 터키, 브라질, 베트남 등의 제3 국에서 온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받았다. 각 반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섞여있어서 나중엔 그곳에서 온 학생들과도 친해져 아직까지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헤어질 때 서로가 아쉬워했다.

오리엔테이션 때 학교 주변과 숙소 주변에 무엇이 있다고 알려줬지만 돌아다닐 엄두도 못 냈다. 사실상 미국은 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상황인지라 막상 직접 삼시세끼 밥을 해 먹어야 하는 건 정말 힘든 현실로 다가왔다. 매끼를 스테이크를 먹을 수도 없고, 가져간 햇반과 라면으로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근처 레스토랑에 가면 세금 전 금액의 몇 프로를 팁으로 줘야 하고 주문할 때 메뉴판에 있는 음식이 어떤 종류인지도 모르겠고 본 메뉴만 주문하는 게 아니고 사이드 메뉴도 주문해야 하는 등 쉬운 일은 없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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