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 넘어 영어공부 시작한 시골 공무원 이야기
연일 TV에서 나오는 미국발 뉴스를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누적 5만 명이 넘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미국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현실이고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도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것이다. 매일 방송되는 트럼프의 회견과 CNN 뉴스를 통해 나의 기억은 시간을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 악착같이 토익점수를 취득하고 운 좋게 영어 인터뷰 통과하고 2018년 12월에 합격통보를 받고, 2019년 2월에 당당하게 글로벌 리더의 멤버가 되었고 장장 10개월간의 영어라는 이름으로 긴 항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30년 가까이 제대로 된 장기교육받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나 같은 사람에게 작년은 잠시 삶을 터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쉼표를 부여받고 그 시간에 영어라는 이름의 자기 계발과 5월 초부터 시작되는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 시의 조지아 대학교'에서의 Global practical English라는 이름으로 연수를 떠나기 전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연수는 사실상 이 교육의 꽃이었다.
미국으로의 유학은 나같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퇴직을 10년 앞둔 시점의 50이 된 나에게 그 어디서 한 달간 영어교육을 시켜주겠는가. 아주 오래전 20대에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외국 유학이지만 꿈꾼다고 해서 아무나 가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지지해줄 돈 많은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비로 갈만한 실력을 갖춘 게 아니었기에 '외국 유학'은 나에겐 넘지 못할 하나의 로망으로만 존재했었다. 단 한 달 만이라도 미국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나이 50이 넘어 얻는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나이 50에 미국으로 가는 행운의 기차에 올라탔다.
우리 교육생의 80% 이상이 40대 후반, 50대 초반이라 영어도 영어지만 한 달간 그곳에서 시차 적응 및 버티어낼 체력도 관건인지라 난 서둘러 공항에서 홍삼캡슐 한 박스를 구입했었다. 매일같이 악착같이 3알을 먹고 피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조지아주의 애선스 시에 위치한 조지아대학교는 UGA(The Universtiy of Georgia)로 불리고 빨간색과 불독이 학교 상징이었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하기 전 근처 한인마트에서 몇 주간 직접 숙소 내에서 해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을 개별적으로 구입했고, 한국에 비하면 소고기가 저렴한 가격이라 일부 교육생들은 그 소고기 가격에 놀라며 맘껏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소고기와 와인을 많이 구입했다. 그것은 한 달 후 돌이킬 수 없는 몸무게의 중압감으로 다가올 것이었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우리는 학교 주변의 Gameday center라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구조의 2인이 같이 사용하는 숙소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딱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우리 33명은 연번대로 각 실에 배정되었고 한 달 체류를 위한 우리 트렁크는 무겁고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숙소에는 각자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침대가 있는 방과 그 옆에 딸린 욕실과 공동거실, 공동부엌이 있는데 거실과 부엌은 구분이 없었다. 숙소의 특이함은 테이블이라는 게 없고 아일랜드 식탁처럼 생긴 곳에 바처럼 키 높은 의자에 앉아 밥도 먹고 그곳에서 와인도 마시고 그곳에서 공부도 해야 했고 조명은 대체적으로 어두웠다. 조지아대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라 내부 디자인은 대체적으로 붉은색이고 곳곳에는 불도그 그림과 마스코트가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 숙소는 주로 현지인들이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관리인을 고용해 관리되고 있었고 이용자들 다수는 학생들이나 방학시즌엔 일반인들도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UGA 내 칼빈슨연구소에서 렌트한 방들을 이용했지만 무료는 아니었다. 우리가 갔던 시기에는 대학 방학시즌이라 학교도 우리 외 엔 일반학생들을 본 적이 없고 숙소 역시 우리 외엔 없는 듯 보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여름 시즌 한국어 어학연수와 역으로 생각하면 되지만 방학시즌에도 북적거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인 게 거주하는 곳 렌트비가 비싸기에 학생들이 방학시즌에 빠져나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학교까지의 거리는 넉넉잡고 한 10분이고 학교는 온통 초록으로 가득 차고 근처에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다람쥐들이 캠퍼스 내 잔디밭에 너무 많이 돌아다녔다. 우리를 환영해주는 칼 빈슨 연구소에서 주최해주는 만찬 뷔페는 그 후 그만큼 만족할 수 있는 식사를 한 적이 없기에 지금 생각하면 최고였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우리 외에 다른 손님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게 특이했다. 주류는 음식값이 포함이 되지 않아서 별도로 자신들이 카운터에 와서 주문해 먹는 형식이었는데 첫날이라 서로 눈치를 보는지 겨우 한잔을 픽업해 와서 꼴짝 꼴짝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 칼빈슨연구소 소장이라는 분이 영어로 뭐라고 하시는데 어벤저스 쏠랑쏠랑. 그렇다. 그곳에 애선스를 대표하는 로컬 맥주 제조하는 곳이 몇 있고 '컴포트 브루어리'가 숙소 근처에 있는데 그곳에 얼마 전 한국에서 상영된 '어벤저스'영화 출연진들이 그곳에서 맥주를 마셨으니 여러분들도 한번 가보라 그런 내용이었다. 평소 수제 맥주에 입맛이 길들여진 나로서는 솔깃한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