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살이 되어버렸다

기어코 학부모가 되어버렸다

by 날필

입학식 날 모든 부모들은 자기 아이만 본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이 신기해 두리번거리면 낯설어서 엄마를 찾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 혹시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건 아닌지 안절부절, 강당 위 관람석에서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그저 제 새끼의 안색과 기분을 살피며 손을 흔들어대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우리반 학부모들의 입학식풍경엔 자기 아이 외에 다른 아이 하나가 각인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내 아이다.




입학식 장소는 학교 체육관이었다. 1학년 1반. 아이가 1반이라는 걸 들은 동네언니는 왜 하필 1반이냐며, 1반은 주임선생님 반이라 아이들이 방치되기 일쑤라며 안타까워했다. 안 그래도 일이 많은데 우리 아이에게 신경쓸 여력이 있으실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처음 마주한 담임선생님은 과연 주임선생님다운 카리스마가 흘렀다. 깐깐하고 엄격한 인상으로 스쳐봐도 베테랑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을 열 안으로 불러들이고 안절부절못하는 학부모를 열 밖으로 내보내는 능수능란함에서 노련함이 묻어났다.


3월 한달동안 아이를 돌봐줄 6학년 도우미 형아 손에 아이를 맡기고 강당 위 관람석으로 향하는데 자꾸만 뒤가 땡겼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아이는 자기 손을 잡은 형아 한 번, 앞에서 1학년 1반을 부르는 담임선생님 한 번, 차마 발을 못 떼는 엄마 한 번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사태파악이 되었던지 섣불리 대열을 이탈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관람석에서 내려다보니 아이는 쉴새없이 두리번거리고 몸을 뒤틀고 뻗대다가 도우미형아 손에 붙들려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같은 6학년들 사이에서도 특히 체격이 좋은 형아가 아이를 맡게 되어 다행이었다. 몇번의 탈출시도 끝에 제가 어찌해볼 수 없는 상대라는 걸 깨닫고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형아 손을 잡고 있는 아이를 보니 쓴웃음이 나왔다. 형아야,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곧 입학식을 마치고 모두가 교실로 향했다. 교실 뒤편에 선 부모들은 모두 자기 아이의 예쁜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흐뭇하고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을 자꾸만 앗아가는 시선강탈자가 있었으니.


다리를 책상 밑으로 단정하게 집어넣고 이마부터 발끝까지 가지런히 칠판을 향해 앉은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혼자 두 다리가 책상 밖으로 나와있는 아이. 그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여 소음을 유발하는 아이. 교실에서 첫 인사를 나누는 그 짧은 시간동안 선생님에게 다섯 차례 이상 그 이름이 불린 아이. 내 아이였다.


모두가 아이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 분명했다. 교실 뒷편에 함께 나란히 선 부모들의 작은 소곤거림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진땀나는 대면식을 마치고 학부모와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나갈 때 나는 선생님께로 조용히 다가섰다. 등 뒤에 눈이 있음을 의식하면서.

"안녕하세요. 하라엄마입니다. 저희 아이가 좀 행동이 큰데요..."

"예, 어머니. 그런 것 같네요."

만만치 않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크게 걱정하는 기색없이 선생님은 여유있게 웃어보였다. 순간 직감했다. 아이가 임자를 만났구나!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모를 울렁거림과 함께 3월은 오고야 말았다. 입학과 동시에 아이는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나조차도 내 아이 옆에 앉아 잔뜩 얼어있는 동그란 얼굴의 여자아이가 걱정될 정도였으니 다른 부모들은 오죽했을까. 이제 겨우 입학식을 마쳤을 뿐인데 진이 다 빠져 그날은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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