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 사랑해"
일년 중에 두 번, 모든 1학년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날이 있다.
첫번째는 입학식이요, 두번째는 참관수업이다.
참관수업을 앞두고 나는 일주일 전부터 바짝 긴장했다. 내 아이가 이미 입학식날 모든 학부모들로부터 눈도장을 찍은 바 있기 때문이다. 입학식을 마치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집의 아빠가 우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라야, 일년동안 우리 서희 잘 부탁해. 네가 괴롭히면 안 된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을 정도로 입학식날의 아이는 위태로워보였다.
참관수업일에 많은 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입학식날처럼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좋을 게 하나 없을 터였다. 할 수 있다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입학 이래로 반 아이들 중 가장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또 행여나 아이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 자리에 부모인 내가 있어야 온전히 아이에게로 향할 시선이 내게로 분산될 것이었다.
참관수업일. 아이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길 바라면서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원피스와 아끼는 귀걸이, 연한 화장까지 하고 아이의 교실 뒤편에 섰다. 연신 뒤를 돌아보며 나를 찾던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함박웃었다. 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아이는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보였다. 내가 앞을 보라는 손짓을 하자 아이는 얼른 칠판을 향해 몸을 돌렸다.
수업 내내 아이는 도대체 선생님으로부터 무슨 주문을 받았는지, 아님 무슨 주문에 걸리기라도 한 건지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생님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을 번쩍 들었고, 친구의 답을 들을 때도 차분하게 경청했다. 본인이 대답할 차례가 되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일어서서 큰 소리로 답했다. 입학식날부터 아이를 경계하던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대답에 미소를 지어보였고 몇몇은 감탄사를 내뱉기까지 했다.
참관수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왕관을 만들고 그 왕관을 엄마가 아이의 머리에 씌워주는 시간. 모두가 애정어린, 또는 엉뚱한, 가끔은 재치있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허리를 굽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아이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엄마는 네가 항상 자랑스러워. 오늘 멋진 모습 보여줘서 정말 고마워."
아. 그 순간 보았다.
순식간에 젖어드는 아이의 눈시울을.
목구멍부터 눈까지 차오른 덩어리를 꿀꺽 삼키며 아이는 대답했다.
"나도 엄마 사랑해"
사랑한다는 아이의 말이 푹- 가슴을 찌르고 들어왔다.
나도 사랑한다고 할 걸. 자랑스럽다고 말하지 말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줄걸.
아이는 엄마의 자랑이기보다 엄마의 사랑이고 싶었던가 보다. 오늘 하루 엄마의 사랑이 되고 싶어서 너는 얼마나 노력했을까? 언제부터 오늘을 준비했을까?
학교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아이가 내게 가능성을 보여준 날. 나는 아이를 자랑스러워하기보다 사랑스러워했어야 했다. 자랑은 아이가 잘 할 때만 할 수 있는 거지만 사랑은 언제든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까.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사랑으로 화답해준 아이.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을 누르며 나는 아이에게 우리가 함께 만든 왕관을 씌워주었다.
참관수업 이후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날 아이의 모습은 내 마음에 곱게 접혀 기억되어 있다. 가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느껴질 때 나는 그날의 기억을 다시 꺼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펼쳐보곤 한다. 그 날의 기억이 내게 속삭인다. 의심도 하지 말고 자랑도 하지 말고 그저 사랑하라고. 언제나 똑같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