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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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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필 Jun 08. 2022

따뜻함이 옳아

가끔 그르칠지라도

나는 못됐다.

기본적으로 나밖에 모른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열에 아홉은 "그렇지 않아, 너는 따뜻한 사람이야."라고 답해준다.

그러나 나는 상대에게서 돌아올 답변까지 모두 예상하고 입을 떼는, 소심하고 약은 데다 쿨병까지 걸린 내숭쟁이다.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른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내보였으니까, 그럴 수밖에.


평생을 아닌 척, 안 그런 척, 괜찮은 척, 좋은 사람인 척, 해왔다.

그것조차 실패하는 날은 원망과 자책으로 밤잠을 설친다.

타고난 그릇이 작은 건지

살아온 날들이 그른 건지

모르겠다.


그냥

모두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그래서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좋아하니까.

적어도 대놓고 싫어하지는 못할테니까.


막무가내로 아이의 딱지를 빼앗아 간 동네형아를 나무라고 돌아온 날,

하루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른으로서 더 현명하게, 더 따뜻하게 타이를 수도 있었는데.

내 자식의 억울한 눈물을 보는 순간, 내가 더 분통이 터졌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 아니다.

이기적이고, 삐딱하고, 그러니 불평불만도 많다.

따뜻한 어른은 더더욱 못 된다.

아이 일에 제가 더 열을 내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싶다.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따뜻함으로 나를 무장하고 싶다.

따뜻함이 따뜻함으로 돌아오지 않아 때로 마음이 식더라도,

이내 덥힐 수 있는 마음의 불씨 하나는 늘 살려두고 싶다.


따뜻함을 구질하다고 비웃지 않고,

차가움을 쿨함으로 포장하지 않고,

온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


따뜻함이 모든 것을 이기지는 못해도,

많은 것을 녹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비록 따뜻하게 타고나지 못했지만

필사적으로 따뜻함을 간직하려고 애쓰는 사람.


그런 사람, 그런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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