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누르면 톡 올라오고 마는 젤리처럼, 간질간질하고 생명력 넘치는 기분.
6월 10일, 무화과나무가 있는 골목집으로 이사를 했다. 석류가 루비처럼 열린 골목에는 온통 아이비로 뒤덮인 대문이 있는 집도 있고 초록 잎들이 가득한 옥상을 모자처럼 눌러쓴 단층집도 있다. 90년대 영화 같은 이 낭만적인 동네에서 우리는 같이 살고 있다.
같이 산다는 건, 참 멋진 일. 하교하고서 방에 엎드려서 잠시 숙제하다가 이내 눈이 마주치면 이유 없이 킥킥 웃으며 뒹굴던 초등학생이 된 느낌이다. 숙제 같던 일상도 우리 둘만 규칙을 아는 놀이 같다.
터벅터벅 퇴근하고 중문을 열면. 뿌우, 하고 퍼지는 수증기. 모자 속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사처럼 의기양양하게 압력솥의 추를 꺾는 나의 단짝. 나는 여름 내내 가지, 고구마, 초당 옥수수 솥밥으로 반지르르 윤이 나게 살이 올랐다. 부엌에서 타이머를 맞춰가며 라따뚜이를 만들고, 근사한 실링팬을 천장에 달아주고, 초록이 무성한 창문과 어울리는 무늬의 레이스 커튼을 서재에 달아주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뽀용뽀용해진다. 콕 누르면 톡 올라오고 마는 젤리처럼, 그런 간질간질하고 생명력 넘치는 기분. 한 사람이 단순하고 담백하게 다른 한 사람의 행복만을 바란다는 사실은, 마음을 뽀용뽀용하게 한다.
끼니를 챙겨 먹고, 살림을 돌보고, 공간을 가꾸는 일상의 일들이 나에겐 늘 벅찼다. 잘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가, 매주 과제를 던져주고 학점도 안 주는 깐깐한 교수님의 수업 같았다. 잘하고 싶지도 잘할 수도 없는 일을 계속 미루는 행위의 집합이 ‘일상’이었다. 그치만 요즘은 일상이 아주 뽀용뽀용하다. 무화과나무가 있는 이 집에서 우리는 각자 잘 하고 좋아하는 걸 한다.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즐거워하기를 담당한다. 나의 단짝은 잘 먹여주고, 잘 재워주고, 즐겁게 해주기를 담당한다. 잘 하고 좋아하는 건 매일 해도 질리지 않아. 뽀용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