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직문화 답사기 #14
OKR에 대해서 깊은 인사이트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 글은 OKR을 배우고 적용해보면서 느꼈던 점은 있지만 깊은 인사이트는 찾아볼 수 없을 테니까요.
OKR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OKR이 도대체 뭐길래 OKR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걸까? OKR은 KPI와, BSC MBO 같이 성과를 내기 위한 일종의 목표 설정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KPI, BSC에 대해서 기본적인 개념만 알고 있기에 무엇이 더 좋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얼마 되지 않는 경험으로 보자면, 프레임 워크는 결국 그 조직이 어떤 문화인지, 조직이 성과 달성에 대한 지향점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자, 그러면 OKR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자.
O - Objective (목표)
KR - Key Results (핵심 결과 지표)
풀어서 설명하자면 최초 궁극적인 Objective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Key Results (핵심 결과 지표)를 설정해서 설정한 KR을 격파하며 O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구글이나 네이버에 OKR 단어만 치더라도 다 나온다. 막상 해석해보니 별거 아닌 것 같다.
OKR에 대한 책도 읽었고, 세미나도 들었으니 이제 어디 한번 나도 OKR을 해볼까?! 목표를 세우고 핵심 결과 지표를 만들었더니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신나게 OKR을 써보니 이상하다. 익숙한듯한 이 느낌.
OKR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에 옮기다 보니 내가 만든 것은 To do List가 돼버렸다. 그게 나의 첫 번째 실패였다.
아직도 OKR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배우고 생각하는 OKR을 정리하고자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에서는 OKR에 대한 수준 높은 인사이트는 없다.
'존 도어의 OKR' 책에는 목표와 핵심 결과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목표'는 다름 아닌 성취해야 할 대상이다. 목표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서 구체적이고 행동 지향적(이상적으로)이어야 하며, 영감으로 가득해야 한다.
" '핵심 결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효과적으로 마련된 핵심 결과는 구체적인 일정을 기반으로 삼고, 공격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핵심 결과는 측정과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
" 핵심 결과를 모두 성취했다면 목표는 당연히 이뤄 저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애초애 OKR을 잘못 설계한 것이다.) "
책에서는 효과적인 목표 설정을 위해 다음의 2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어려운 목표'는 쉬운 목표보다 성과 개선에 더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
둘째, '구체적인' 어려운 목표는 추상적인 어려운 목표보다 '성과'를 더 높여 준다는 것.
이 문장을 보고서는 과거에 잊고 있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학습자의 수준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목표를 설정해주고 도달할 듯 말듯한 환경과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했을 때가 쉬운 수준을 설정했을 때보다 더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학생마다 그 수준 차이는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다음의 4가지였다.
1. 우선순위 설정
2. Top down과 Bottom up의 균형
3. 목표에 대한 마인드 셋
4. 소통
1. 우선순위는 세미나에서 강사님이 설명해준 큰 돌멩이 사례가 아주 훌륭했다. 기억을 더듬어 풀어보자면, 콜라 병 1개와 큰 돌, 중간 돌 작은 돌, 모래가 나란히 놓여 있다. 콜라병 안에 이 재료들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그림이었다. 정답은 큰 돌 먼저 넣고 다음에 중간 돌, 작은 돌, 모레를 넣어야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다고 했다. 목표 설정에서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것 같지만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2. OKR이 다른 목표 설정 프레임 워크와 다른 점은 목표 설정을 조직 차원에서 개인에게 내려오는 부분보다 개인이 달성할 목표가 조직의 목표로 올라가는 Bottom up 형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보통은 조직이 1년의 목표가 설정되고, 분기별 목표가 설정되면 그 목표가 각 팀의 목표가 된다. 그래서 개인이 만들어낸 목표라기보다 조직에서 내려온 목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OKR에서는 개인이 목표를 설정하면 반대로 조직의 목표로 반영이 된다. 물론 비전과 사명, 조직의 성장 방향과 같은 큰 단위의 목표는 Top down으로 내려오는 게 맞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과 조직의 목표 설정의 균형과 연결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Bottom up 업무 방식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모든 목표가 아래로 흐를 때 OKR은 자칫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과정으로 끝나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른 네 가지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 민첩성 둔화 : 일반적으로 중간 규모의 기업은 6~7단계의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위에서 목표가 하달되기를 기다릴 때, 수많은 회의와 검토 작업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릴 때, OKR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회의와 검토 작업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릴 때.
- 유연성 악화 : 하향식 목표 설정은 대단히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OKR 주기 중간에 함부로 수정하려 들지 않는다.
- 구성원 소외 : 엄격한 하향식 OKR 시스템은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유입되는 소중한 정보를 차단한다.
- 형식적인 연결 : 하향식 정렬이 고착화될 때 구성원들이 수평적, 기능적으로 연결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위축된다.
3. 개인적으로는 OKR 전체 중에서 목표에 대한 마인드 셋이 인상 깊었다.
그동안에 목표는 달성할 수 있는, 해야 할 일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지만 세미나를 통해 이해한 목표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 크고 원대하며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크고 원대하게 목표를 잡았는데 너무 원대한 나머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 의미 없는 목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비유가 너무 적절해서 좋았다. 우주에 있는 하나의 별을 선택하고 그 별에 도착하는 게 꿈이라고 하면 다들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별에 가기 위해 미친 듯이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결국 별에는 도달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 목표가 실패일까?! 아니다. 적어도 우주 밖으로 나가 달까지는 도달을 할 수 있었다면 이것 또한 혁신이 아닌가! 물론 이런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설명을 들었을 때, 내가 목표를 얼마나 낮게 잡았고 그 목표는 전혀 혁신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의 목표는 보통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OKR에서는 혁신을 만들 수 있는 가슴 뛰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4. OKR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리더와에 소통과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개인이 OKR을 잘 계획했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리더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때, 리더는 구성원에게 현재의 진척도를 묻기 보기보다는 구성원이 스스로 업무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먼저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OKR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이해한 OKR은 각자의 목표는 조금씩 다를지언정 조직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적은 동일하게 일치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은 알았다. OKR은 팀과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OKR은 위에서(팀/조직)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밑에서 위로 업무를 만들고 제한하는 형식이기에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균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최고의 팀은 하향식 목표 설정과 상향식 목표 설정 사이의 창조적 긴장 위에 존재한다. "
그렇다. OKR..
분명히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제 막 OKR에 걸음마를 시작했기에 잘 모르겠다. 나의 OKR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OKR을 이렇게 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성과를 달성했느냐 안 했느냐는 밖에 없는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보통 1년~1년 6개월을 실행해봐야 내부적으로 OKR이 안정화된다고 한다.
갈 길이 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