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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술이 좋은데 넌 왜 음악이 좋지?

각자 그리고 함께 잘 살아기기 위해.

by 지니운랑 Jan 03. 2025

나는 음악보다 미술에 소질이 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주 5일 1년 정도 화실을 다녔었는데 학원을 그만둘 때 선생님께서 전공권유하셨다. 하지만 예체능을 선호하지 않았던 집안 분위기에 따라 미술학원을 그만두게 되었고 내 그림 솜씨는 그 시절 그대로 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평생 교육원에서 미술심리를 배우게 되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으나 40대 아줌마가 취미로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기란 높은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이들 어릴 때 미술, 피아노, 인라인 등 다양한 예체능 학원에 보냈다. 나를 닮아 피아노보다 미술에 더 소질이 있어 보였고 미술전시회같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자긴 미술보다 음악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엥! 엄마, 아빠가 음치에 박치인데?'

솔직히 아이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고 몇 년이나 피아노 학원에 다닌 것치곤 능숙하지 못했다. 바이올린도 시작했으나 제법 꾸준히 다녔음에도 서툴렀다. 학교에서도 음악성적보다 미술성적이 더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긴 미술보다 음악이 더 좋단다.


아.. 나랑 다르구나.

엄마 판박이라는 말을 듣고 내가 낳고 내가 키웠음에도 나랑 같지 않을 수도 있구나.

당연히 나랑 다른 인격체인데도 그동안 난 아이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나와 같이 당연하게도 미술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했었구나.


아이는 내가 아니다.

아이의 인생은 내 것이 아니다.

나와 아이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아이와 나는 현재 삶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엄마가 이전에 나를 보고 너무 아이들한테 희생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하셨다. 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보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옷을 사주고 더 맛있는 걸 먹이고 나보다 아이들이 먼저인 삶을 나는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

아이들을 위해 주말에 나들이를 갔던 게 아니라 내가 아이들이랑 함께 나가는 시간이 좋아서 밖으로 나갔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골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이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보였던 모양이다.

시립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대기하고 추첨하고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던 그 시간이 귀찮긴 했지만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 시간이 마냥 소중했었다.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게 내 삶은 아니다. 그건 그 아이가 살아가야 하는 삶이고 그 아이가 책임져야 할 그 아이의 삶이다.

내가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아이가 나로 인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접지 않을 수 있도록 내 삶을 건강하게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다. 같은 집에서 함께 살지만 또한 다르게 각자 사는 것이다.


머리로는 아이가 나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아이가 걸어갈 인생을 응원하면서도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은 아이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곧 내 품을 떠나게 될 아이를 천천히 내 삶에서 분리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한 때이다.

각자 그리고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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