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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노래방

아이들이 좋아해요.

by 지니운랑 Dec 27. 2024

나와 남편은 노래 실력이 형편없다.

그래도 나는 술 마시고 부르면 들어줄만한 수준이고

남편은 언제나 같이 간 사람들에게 많은 웃음과 용기를 선사한다.

남편의 노래는 음정, 박자, 리듬 어느 것 하나 맞는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그 꿋꿋함이 좋다.


남편은 가끔 스트레스가 쌓이면 

지하철역 근처 실외야구장으로 향했다.

천 원짜리 몇 장을 넣고 야구 빠따를 몇 번 휘두르고 오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곳이 점점 사라져 버리는 통에

이젠 코인 노래방에 가는 걸로 바꾸었다.


라떼는 노래방은 60분 단위에 추가 보너스시간이었다.

같은 시간 내에 많은 곡을 불러야 했기에 간주점프에 1절만 부르기 일쑤였다.

히지만 아이들의 노래방은 곡수이다.

1000원에 곡수로 부를 수 있기에 2절까지 부르는 것은 기본이다.

처음엔 1000원을 내면 5곡을 부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4곡 부를 수 있는 곳도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코너를 좋아해서 혼자서도 가고 둘이서도 가고 친구들과도 가고 아빠와 함께 가기도 한다.

흔히 아빠와 딸이랑 둘이서 살며시 사라졌다가 사이좋게 코너를 다녀온다.

아빠와 함께 부르는 노래를 마냥 즐기며 오는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청소년기에도 아빠, 엄마랑 노는 버릇을 들여야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되어도 우리랑 놀아준다고 했다. 

설마 나중에 자기들끼리만 놀러 나가는 건 아니겠지?


난 내가 노래를 잘 못하니

노래 잘 부르는 남자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어쩌다가 남편을 만났는지 모르겠다.

남편을 같은 과 오빠로 만나서 

여자 친구랑 헤어졌을 때 같이 술도 마셔주고 노래방도 가주고 그랬었는데...

흔히들 말하는 복학생 오빠가 아빠가 된 경우이다.


아이들은 다행히도 우리의 노래 실력을 닮지 않았다.

음정이 불안하게 떨리기는 하지만 우리의 노래를 떠올리면 이 정도만 불러도 완전 땡큐이다.

TV를 틀어보면 세상엔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던데

왜 난 그중 하나가 아닌 건지...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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