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고민하는 한 명의 마음가짐

by 희량

결론을 내린 나는 노력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조금씩 해왔던 거, 계속 하면 되는 부분이니까. 그래서 꾸준히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다. 구체적인 팁이라기보단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이자 사고방식이며, 세상과 나를 바꿀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마음가짐이다. 노력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느꼈던 조언들을 듬성하게나마 소개해보려한다.


1) 함께한다는 것 기억하기

같이 하면 더 쉽다. 초등학교 때인가, ‘아나바다’라는 구호가 한창 유행이었던 것 같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의 줄임말이다. 어렸던 그 땐 단순히 벼룩시장의 구호인 줄로만 알았는데, IMF 외환위기로 생긴 운동이었다. 그 때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다고 들었다. 그 때의 그 정신, 다시 한번 꺼내보자. 우리가 한번 해봤던 일이라 생각하니 좀 더 쉽게 느껴졌고, 유별난 일이 아니라는 위안이 되었다. 같이 하면 더 오래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아나바다’ 정신의 중요성이 높아졌으니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제로웨이스트, 채식과 관련해 노력하는 분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 분들의 계정을 보다보면, 쏠쏠한 정보도 얻고 자극도 받을 수 있다. 해시태그로 '채식'이나 '제로웨이스트'라고 검색하면 많이들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울 곳곳에는 제로웨이스트샵이 많다. '알맹상점', '허그어웨일', '디어얼스', '지구샵' 등등. 이 가게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쌀도 통에 받아가고 천연수세미도 사가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다보면 "나도 한번?" 생각이 절로 든다. 얼마 전에 이사를 했는데, 집 근처에 '지구살림터'라는 제로웨이스트샵을 발견했다. 자주 방문해보려고 한다.


2) 모든 건 적당히, 꾸준히

앞서 말했듯 나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신경쓰다가 죄책감과 무력감, 의구심을 잔뜩 떠안았다. 깊이 고민한 결론은, 잘 못해도 괜찮다는 것.


육식에 대한 우리의 열광은 지나치고, 고기과 육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데에는 에너지와 자원이 많이 소비된다. 그래서 채식의 필요성을 느끼는 당신, 하지만 시작할 엄두가 안난다면? ‘플렉시테리언’이라는 멋진 개념이 있다. 육식을 허용하는 채식주의자이다. 나는 금지가 아니라 자제를 말하고 싶다. “완벽한 1명의 비건보다 100명의 어설픈 비건이 낫다.” 『나의 비거니즘』이란 책을 쓰신 보선 작가님이 잡지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다. '어려우니까 아예 안 해'라며 포기할 필요 없다. 할 수 있는 만큼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니까.


나도 엄격하게 스스로를 통제하진 못 한다. 조심스레 고백하자면, 아직 재래시장에서 장 보는 건 시도하지 못했다. 마트는 포장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라 재래시장에서 포장재 없이 장을 보고 싶은데, 내가 게으르고 편리함만 좇는 탓에 아직 제대로 시도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점차 해나갈 거다.


내가 나의 불완전함을 고백하는 이유는, 완벽하기 위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완벽한 모습만 보였는데 누군가 직접 해보니까 잘 안 돼서 그만두면 어떡해.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된다. 중요한 건 계속하는 거다. 작은 일이지만 꾸준히만 하면 차곡차곡 쌓일 거고, 한 명 한 명씩 늘어가다보면 꽤나 큼직한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허유정 작가님도 “즐겁게 오래하자”고 말씀하셨다. 는 이 분이 '왕X껑'을 드신다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고 정말 큰 위안을 받았다. 나도 컵라면... 가끔씩 한번쯤은 먹어도 되겠구나.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힘겨운 날, 먹고 싶은 컵라면까지 참느라 더 쌓이는 스트레스를 견디려고 용 쓸 필요까진 없겠구나. (물론 허유정 작가님은 다른 그릇에 덜어드시는 참신함을 함께 보여주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오늘 했다고 앞으로 쭉 안 하는 게 아니라 내일도 하는 것.


3) 절제를 통해 쾌락을 실현한다고 생각하기

언뜻 들어보면 굉장히 금욕적인 의미 같지만, 아니다. 참고 참고 또 참은 후에 원하는 것을 얻은 그 순간 극대화된 쾌락을 느낄 수 있음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는형님>에 김준현이 나와서 냉면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했다. 무더운 여름날, 오늘 냉면이 땡긴다 싶으면 그 때부터 시작이란다. 물도 따뜻한 거 마시고, 더워도 참는다. 더위를 꾹꾹 참아 시원한 냉면집에 비로소 입장해도, 주문하고 바로 밖으로 나와야 한단다. 뜨거운 열기에 몸을 달굴 때까지 달군 후, 냉면이 나온 순간 땀을 뻘뻘 흘린 그 상태 그대로 시원한 국물부터 들이키라는 것이다. (비슷하게 마술사 김준현의 ‘라면 먹는 철학’이 있다.) 조금 변태 같지만 현명하게 쾌락을 추구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맛있는 고기를 지금 당장 못 먹어도, 여러 번 참고 참고 참다가 가끔 한번 먹는 그 때의 맛을 생각하면 절제도 할 만해지지 않을까? 열심히 자제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 고생한 나에게 한번쯤 선물을 줘도 되니까 죄책감 없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4) 재테크에 관심 가지기

생뚱맞은 이야기 같겠지만, 절약과 저축이 지속가능한 삶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강조해본다. 소비를 자제하는 것은 환경에도 좋지만 가계에 금전적인 이득도 불러오기 때문이다. 재테크를 시작할 때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는 것은 절약과 저축이다. 일명 ‘짠테크’라며, 50원, 100원 아껴가며 저축률을 높이는 분들을 보면 자연스레 겸허한 마음이 생긴다. 집에서 커피를 타서 텀블러에 가지고 다니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도 안 쓰고, 커피값도 아낄 수 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 봉투값 50원, 100원을 아낄 수 있다. 환경 좋고 내 지갑 좋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환경 말고 한 가지 더 생기는 것이다. ‘옷 안 사기’는 내 브런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여서 옷을 안 사려고 노력하데, 예쁜 옷을 보면 도르륵 굴러가는 눈알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내 자산 불리기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확고하게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저축률에 초점을 맞춰가며 소비를 줄여간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레 환경을 챙기기 더욱 수월할 듯하다. 돈 문제는 누구나 진심이니까!

5) 어른들 방식 참고하기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허유정 작가님은 “제로웨이스트 고수는 엄마”라고 하셨다.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도 『쓰레기 거절하기』*에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비닐봉투를 씻고 말려서 재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우리 엄마도 그렇다. 쓰레기 봉투는 꾹꾹 눌러담아 한 줌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고, 한번 쓴 비닐봉지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항상 재활용하신다. 포장용기로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는 딸내미 자취방에 음식 보낼 때 기똥차게 활용하신다. 내가 좁은 방에 에어캡이나 쇼핑백을 잔뜩 쌓아두는 것도 엄마한테 배웠다. 신기하게도 꼭 사용할 곳이 생기더라. 우리집에는 40년도 더 된 냄비도 있다. 유튜버 ‘밀라논나’님도 요리할 때 쓰시는 앞치마가 중학교 때 만든 거라고 하셨다. 나는 10년 된 청바지도 오래 입었다면서 내심 거들떠도 안 보고 있었는데, 이 분은 50년이 넘도록 사용하고 계셨다. 어른들이 물건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정감이 뚝뚝 묻어나고 허투루 쓰고 버리는 법이 없으시다. 우리는 너무 바쁜 삶에 지나치게 편리를 추구하는 게 아닐까? 방 쓰고 버리기 바쁘다면, 어른들의 야무진 손끝을 유심히 바라보자. 꿀팁들이 가득할 것이다.




지구를 위한답시고 떠들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이랬다 저랬다 고민한 온 과정을 담아보았다. 내 유별난 고민일까봐 적기를 망설였는데, 누구나 해볼 만한 생각인 듯했다. 혹시 좋은 일 하자고 시작했다가 여러 착오를 겪고 좌절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내 고민과 결론을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당신이 하는 그 모든 작은 노력, 하나하나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구체적인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은 위에서 언급한 허유정 작가님의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 다양하고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의 『쓰레기 거절하기』도 추천한다. 두 작가님 모두 개인의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신다.


*커버이미지 Mark König,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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