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2

by 희량

생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죽음의 비밀에 대해 골몰하다 보면 항상 닿는 결론이 있다. 결국 삶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무서워만 하고 걱정만 하다가 흘러가는 시간을 놓칠 수는 없다. 오늘의 할 일을 끝마치고 내일을 준비하는 데 집중해야지. 그러다 보면 결국 필사적으로 살아낼 수밖에 없는 세상이 조금은 아름다워 보인다.


제일 놀라운 결론은 우리는 최대한의 낙관적인 가정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예측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오래오래 살 거라고 가정하고 삶을 꾸려가지 않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장의 시간을 상상한다. 그리고 미래도 계획하고 현재도 채우고 과거도 되짚어나간다. 우린 태생부터가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존재였다.


우리의 삶이 희망으로 세팅되었다는 점은 굉장히 낭만적이다. 삶의 존속조차 희망을 바탕으로 하는데, 다른 모든 걸 희망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일 죽고 말 거라며 아무도 탄식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도전한 일이 실패할 거라고, 오늘의 하루가 불쾌할 거라고 비관할 이유가 없다. 꿈꾸고 기대하고 원하고 갈망하고. 그게 세상을 구성하는 프레임워크다.


아, 이마저도 머릿속이 꽃밭으로 가득 찬 사람의 허황된 긍정일지 모르나, 난 기대감이 주는 힘을 믿는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 동안 생겨날 일들을 기대하는 마음은 날 활기차게 한다. 우리가 짧으면서도 긴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은 긍정이고, 낙관이며, 희망이다. 물론 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이겠지만, 사이사이 끼워진 자그마한 행복들이 있지 않나.


거창한 걸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먹을 맛있는 밥을 기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기대하고, 오늘 감상할 좋은 음악을 기대하고, 화창할 땐 상쾌하고 비가 내릴 땐 운치 있는 거리의 분위기를 기대한다. 어차피 우리는 기본적으로 살아있음을 기대하니까, 그 본질적 기대에 이것저것 얹고 꾸며주는 거다. 계속해서 살아갈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긍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를 칭찬하고 응원해주고 싶다.


생존에 대한 강렬한 집념은 가끔 경이롭기까지 하다. 죽음 이후에 어떤 명과 암이 있을지 모르는데도,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본능은 무조건적이다. 하염없이 살고 싶어하는 마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내재되어 있다. 고통도 삶을 지속하고 싶기에 아플 것이다. 괴로움을 헤쳐 보면 조그만 구석에 숨어 있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활짝 피어나려 웅크려 있는. 그 생명력과 낙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우린 살아가겠지.


죽음에 관한 생각과 대화는 결국 삶으로 귀결된다. 삶의 한복판이 지금 우리가 뿌리내린 지점이기 때문이다. 끝이 있기에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치열하고, 뜨겁고, 희망차게. 물론 우리는 바쁘고 빽빡한 현대인의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가지만, 고통도 많은 삶이지만, 좋은 것에 시선을 더 지그시 두고 살자! 그렇게 설계된 세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죽음이 두려운 마음도 서서히 사그라든다. 더 이상 죽음을 고려하지 않고 삶을 고려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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