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편지4

by 희량

아빠는 페미니즘이 불편하겠지?

아빤 내가 여자-남자와 관련된 문제에 감정적으로 달려드는 걸 내가 극단적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었지.

음, 그런데 걱정마.

나는 조곤조곤 지적할만큼 이성적이지 못한 것 뿐이에요.

물론 그런 내 감정적인 반응 때문에 아빠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준 것 같아서,

어느정도 책임을 느끼고는 있지.

그런데, 아빠는 그것뿐이야?


사실, 솔직히, 정말 툭 까놓고 말하면,

나는 아빠가 방어적이라고 생각해.

왜, 아빠가 드라마나 동치미였나, 부부 나와서 얘기하는 그런 TV프로그램 보면

"다 남자 잘못이라고 하겠지 뭐"하고 안방 들어가버리듯이 말이야.

무조건 탓하려는 게 아닌데

들어보려고 하지 않잖아. 체념한다는 듯이, 다 내 탓이겠지 해버리면 할말이 없어지더라.


아빠, 잘못은 잘못이잖아.

다르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서

난 그걸 얘기해주고 싶어.

다르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불공평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누군가는 그로인해 고통받는 부분이라서

고쳐 생각해야 하는 부분라서

난 그걸 얘기해주고 싶어.

들어봐.


그리고 잘 들어보잖아?

아빠도 알게 될거야. 무조건적으로 아빠를 공격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

아빠도 힘들다며. 그 무거운 남자로서의 의무 때문에,

나도 그거 말하는 거야! 그 의무를 왜 남자들만 지는지.


나는 내가 다른 모든 아들들과 같은 처지가 되고 싶을 뿐이야.

구분 없이 같은 자식, 사람으로서.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에게 지워지는 지나친 의무감과 책임감도 덜 뿐 아니라,

아빠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권리, 그리고 권위의식도 덜어내고 싶어.

혹시 그게 싫어서 방어적으로 나오는 거라면 아빠,

굉장히 치사해.

지금까지 잘 누려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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