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 만의 폭설로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어느날이었다. 한바탕 휘몰아친 눈보라는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 어제까지 익숙하던 모든 것들이 하루 아침에 생경하게 다가온다. 별 생각 없이 걷던 길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도도하게 조용하던 회색 아스팔트가 뽀드득 뽀드득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하고, 조심스레 나를 밀어주던 내리막길이 오늘은 차갑게 매정하다. 느닷없이 낯선 세상에 마음 둘 곳 모르던 나는 하늘을 보며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다, 눈송이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 눈에서는 눈물 한송이가 흘렀고 나는 눈물이 난 것인지, 눈송이가 녹아 흐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눈에 눈이 들어가니 눈물이 난다
하물며 사람 마음이겠는가
< 졸시, 눈 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