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달고 살던 나에게

여행은 '새롭게 보기'를 남겼다.

by 라영이


1.

새벽부터 일어나 카메라를 켰다. 어제의 피곤함은 기록되지 않고, 고요한 풍경만 담겨있었다.
기차가 지연된 덕분에 노을 지는 시간대에 평원을 달린 것은 행운이다. 요동치 않고 잔잔함을 지킨 것에 대한 선물 같은 기록이었다.
불안해할 필요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또 다른 좋은 일이 생긴다.


2.
나는 내 방에 불을 잘 안 켠다. 어두운 내 방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한다. 잘 때는 달빛도 거슬려 암막커튼이 쳐있고, 와이파이 공유기의 불빛도 불편하다. 어둠 속에서도 잘 걸어 다니고, 필요할 땐 머리맡의 주황빛 스탠드나 스마트폰 불빛을 의지할 뿐 방에는 불을 거의 켜지 않고 산다.

그런데, 우리 집 그리고 내 방이 내게 안전한 공간이라 그랬나 보다. 낯선 사람과 한 공간을 쓰는 호스텔에 와보니 밝은 것이 좋다. 침대 옆 창가에 암막커튼이 있음에도 걷어두고 밤새 건물 옆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내 얼굴을 비추도록 해놓고 잠이 들었다.

내 방만큼은 내게 정말 안전한 공간이었구나! 나는 그곳에서 살아왔구나!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르겠다.

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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