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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미모미 MomiMomi Apr 04. 2020

식탁 밑에서

아들 요법


식탁 밑에서
 
‘에효’ 소리가 절로나
크지도 않은 몸을 구부려
포복하고 너의 흔적을 하나하나 밀어낸다
아침나절 먹은 과일 파편
간식으로 먹은 허니버터 칩 쪼가리
그리다 부러뜨린 색연필 조각들
엄마 몰래 버린 야채 귀퉁이
의자 밑에 붙어있는
거꾸로 지딱 코는 비밀로 해줄게
식탁 밑에서 너의 하루와 오늘의 식 재료를 만난다
몇 년 전에 비해 줄어든 흔적들의 반경만큼
너의 나이가 자라고 있다
매일 하는 작은 여행이지만
매번 큰 숨 한 번은 필요해
‘에효’
엄마의 식탁 밑 여행이 끝날 때 즘이면
너는 내 품을 떠나 너만의 여행을 준비하겠지
빨리 좀 커라 하면서
마음은 천천히 커라    
식탁 아래 꼼지락 발가락 열 개를 간질여
앙증맞은 발가락 열 개를 마음에 담고
엄마만의 식탁 밑 여행을 마친다
 

<이미지 출처.Mom Loves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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