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찬가
바다수영을 한 적이 있었다. 바다는 진한 염소냄새가 나던 수영장과는 달리 잔잔하지 않다. 저 멀리서 배라도 지나가면 해안가까지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자갈과 바위가 가득한 바닥에서 중심을 잡기도 힘든 나는 파도 속에 갇혀 이리저리 휩쓸린다. 그렇지만 파도가 오는 순간을 잘 타서 살짝 뛰어오르면 바닷속에서 나의 발은 잠시 공중을 날을 수 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몸을 바다에 뉘인다. 수영장에서보다 조금 크게 손을 휘저어 물살을 가르고, 동시에 다리를 벌려 물살을 쳐낸다. 손끝으로 밀려나는 물이 느껴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숨은 꼭 참고 있어야 한다. 소금기를 먹은 바닷물이 얼굴에 들러붙어 입가가 따갑다. 한껏 도취된 기분으로 수영을 하다가 몸을 일으키는데 발이 닿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무서운 기분이 들어 발로 바닷속을 휘저어 본다. 분명 낭만적인 기분이었는데 순식간에 짙은 두려움으로 바뀐다. 가까스로 근처에 닿는 바위에 발을 딛고 숨을 내쉰다.
바닷속을 굽어보니 이끼가, 물고기가, 새파란 물이, 그리고 내 발이 보인다. 햇빛이 비추어 살갗이 조금은 하얗다. 문득 바닷물의 깊이가 궁금해져 풍덩 몸을 내던진다. 바다는 나의 몸을 한껏 삼키고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까스로 수면 위로 올라와 참았던 숨을 내쉰 뒤 다시 깊게 잠수한다. 조금 더 발을 뻗으니 발톱 사이로 부드러운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깊다. 모래바닥을 발바닥으로 힘껏 차올려 다시 바깥공기를 마신 후 헤엄을 친다. 아무래도 뭍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힘이 다했나 보다. 발에 아까같이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해변은 아직 멀어보인다. 발은 물보라를 일으키다가 이내 힘이 풀린다. 이대로 손과 발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아래로 가라앉을까? 두려워져 몸을 뒤집어본다. 배영은 가장 힘을 들이지 않고 수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굳이 손을 휘젓지 않고도 발을 약간만 움직이면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고개를 들어 움직이고 있는 발을 보는데 햇빛에 반사된 물결이 하얗게 거품을 만들고 있었다. 반짝거리며 눈을 부시게 했다가 이어 사라지는 물거품을 본다. 투명하게 빛나는 물보라가 내 발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목과 어깨와 겨드랑이 사이로 차가운 바닷물이 스치고 내 발끝은 바닷물을 밀어내는 추진력으로 마치 로켓처럼 끝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발에서 시선을 떼고 좀더 멀리 바라보니 산과 하늘이 보인다. 아, 이 여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하겠구나. 이 빛나는 바다를 잊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