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한량체질 20화

추천 금지 실망은 더 금지

여행의 본질

by 알담

여행지를 추천하는 것은 식당을 추천하는 것보다 위험한 행동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타인이 다시는 같지 않을 날씨와, 시기와, 마주친 사람들을 종합해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감상을 내놓는다. 내가 그 사람의 여행과 같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좋다 혹은 나쁘다의 이분법으로 나누기에도 어려운 게 여행이다. 여행은 수많은 경우의 수와 개인적인 느낌이 합쳐져 각자의 감상과, 경험과, 기억으로 마무리된다. 두번 다시 없을 아름다운 구름과 석양을 보며 환희에 젖어들 수도 있지만 벌건 대낮에 불량배를 만나 돈을 뺏기지 않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인생의 데모버전이라고나 할까. 말인즉슨 여행을 두려워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따라하려 하지 마라.’ 는 명제를 여행에도 적용하라는 말이다. 숙련된 가이드 아래 몇년째 판에 박힌 여행 코스를 고수하는 패키지 여행이라도 여행객에 따라 각자의 여행으로 새겨지는 법이다. 누군가의 여행기는 그저 알면 든든하지만 맹신할 필요는 없는 길잡이나 보험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문제는 나의 그릇 안에서 얼만큼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느냐이다. 그 장소에 꼭 가지 않아도 된다. 그 식당의 그 메뉴를 꼭 먹지 않아도 된다.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인생의 체험판을 큰 부담 없이 내 멋대로 그려나갈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 돈과 시간을 지불해 생소하고 자유로운 즐거움을 만끽하는 게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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