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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는 행복

행복탐구 보고서

by 까칠한 펜촉

출근하는 것은 힘들다.

출근하기 위해 새벽녘에 일어나는 것도,

새벽 열차를 타기 위해 15분 여를 걷는 것도,

새벽 열차임에도 불구하고 앉을자리를 쟁탈해야 하는 것도,

부족한 잠을 메우면서도 '책을 읽어야 하는데,..'라고 어차피 잠이 이길 것을 알면서도 늘 번민하는 것도,

매일 스쳐가며 늘 똑같은 눈빛으로 각자의 무엇을 찾아가는 사람들과의 무의미한 인연도,

그런 출근 길이 힘들다.

그리고, 때론 그런 출근길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을 하러 나서는 것은 행복하다.

일은 늘 어떤 목적과 목표에 기인하지만, 때론 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 선후 관계나 연역적 관계의 선명성을 논하는 것보다

일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지어졌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는 있다.

일은 내가 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자 방법이고 수단이다.

혹은 적어도 내가 먹고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데 결정적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일을 사랑했다.

때론 곧 하게 될 일에 대해, 혹은 채 끝내지 못해서 손안에 쥐고 있는 일 일지라도

밤새워 뒤척이며 고민 짓게 할 일이고, 혹은 내 혼을 온통 빼놓고 몰입하게 하는 일 일지라도

마음속에 열망하고 그 끝을 성취던 성과던 성공이란 단어로 채색하려 하면 그 일은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출근하는 날,

새벽녘(4시 ~ 5시 사이)에 일어나 깨끗하고 따듯한 온수로 샤워를 하며 하루를 준비하고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며,

꼿꼿하게 날이 서 있는 양복바지를 입고,

조금은 타이트 한 슈트를 걸치곤 뒷 주머니에 손수건과 슈트 안쪽 주머니에 핸드폰과 지갑을 넣고 나면

내가 사랑하는 일터에서 내가 소중히 여기를 일을 할 수 있다.

아니... 있었다.

이런 때는 출근이 아니라, 일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만나고 이루기 위해서였지.




여전히, 아무 의미 없는 대사를 내뱉는 경우가 있다.

며칠 전,

창원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부사장님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내가 요즘 예전 같이 않다란 얘길 했다. 예전만큼 일이 재미없고, 예전만큼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예전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뽑아내는 게 어렵다고 했다. 그도 그렇다고 했고, 그게 몰입의 문젠지, 권태기에 우리가 빠져있는 건지, 이 일이 쉬이 될 일이 아니어서 인지...


그래도, 두어 달 동안 피곤한 출근길에 오르다.

최근에는 일을 위해 나서는 일상이 이어지니 조금은 몸이 더 가볍다. 마음도 마찬가지.


일은 본질이고, 삶이며,

본질이고 삶이기에 되도록 잘해야지 않겠나.

그게 행복일 테고.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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