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고무장갑, 육아전쟁의 숨은 무기
고무장갑은 주부습진으로부터 손을 지키는 방패. 반드시 필요한 보급품이다.
초보아빠인 나는 오늘도 육아전쟁터에 뛰어들었다. 육아전쟁에서 매일 마주하는 적 중 하난 바로 설거지와 빨래.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손이 계속 따가웠다. "이게 왜 이러지?" 나는 잠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피부가 거칠고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고, 가운데 오른쪽 엄지 끝 부분이 살짝 벌어진 걸 확인했다. 하지만 특수부대 출신으로 이 정도 상처에 아프다고 어리광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국민 상처 치료약인 마데카솔을 바르고 다시 육아전쟁터에서 고군분투 중이었다.
아내 지연이가 나의 손을 보고 깜짝 놀라며 외쳤다.
"여보, 이건 주부습진이야! 설거지할 때 고무장갑 안 꼈지?"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고무장갑은 답답해서 그냥 맨손으로 했지 뭐. 별거 아니겠지 싶어서."
"고무장갑 없이 설거지하면 이게 당연한 결과야!" 지연이는 마치 군대 교관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고무장갑 착용은 육아에서 필수야. 주부습진을 막아주는 방패 같은 존재라고!"
나는 고무장갑을 안 꼈다는 이유로 이런 아픔을 겪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고무장갑 하나로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다. "그냥 플라스틱 장갑 아니야? 그걸 착용하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지연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보. 설거지를 오래 하면 손이 젖고 세제 때문에 피부가 손상돼. 그러다 보면 서서히 주부습진이 생기는 거야. 그러면 물을 손에 묻힐 때마다 손이 따갑지. 그리고 손이 아프면 다른 육아에 집중하기 힘들어져. 고무장갑은 그 모든 걸 막아주는 필수품이야."
그렇게 말한 후 지연이는 그녀의 특기인 대학병원 간호사로 변신해 전문적인 어조로 다독이면서 말했다. "여보. 주부습진은 손의 건조함과 가려움에서 시작해서 피부 갈라짐과 통증을 유발해. 심한 경우 피부 감염으로 발전이 가능하고. 고무장갑 착용은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야."
대화 이후부터 나는 설거지를 할 때 꼭 고무장갑을 꼈다. 처음엔 손에 끼는 느낌이 뻑뻑하고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고무장갑을 끼니 손이 따갑지 않고 피부에 이상이 없었다. 손이 따갑지 않고 육아전쟁의 임무를 완수하는 경험은 나에게 작은 기쁨을 안겨주었다. 마치 육아전쟁에서 새로운 무기를 획득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육아전쟁에서 고무장갑의 진가는 설거지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둘째 아린이가 놀다가 흘린 우유를 닦을 때, 물로 범벅이 된 욕실 청소를 할 때, 나는 고무장갑의 존재에 점점 의지하게 되었다. 육아는 단지 아이를 돌보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가 움직이는 공간 전체를 관리하고 정리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무장갑은 나의 손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 주었다.
나는 점점 고무장갑의 다양한 쓰임새를 발견해 나갔다. 고무장갑은 단순히 설거지나 청소뿐만이 아니라, 육아의 모든 순간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아린이가 좋아하는 물감놀이를 할 때도 고무장갑을 착용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손에 물감이 묻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지만, 물감이 묻어도 닦아내기 쉬운 고무장갑 덕분에 아린이와 더 자유롭게 놀 수 있었다. "아빠! 여기 물감을 더 칠하자!" 아린이의 요청에 나는 망설힘 없이 육아전쟁 물감 놀이에 참전할 수 있었다.
특히, 아린이가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에서 가져온 화분을 만질 때 고무장갑은 진가를 발휘했다. 예전에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화분을 정리하는 일은 손을 더럽히는 것뿐만 아니라 손톱 사이로 들어가는 흙 때문에 까다로웠다. 하지만 고무장갑 덕분에 나는 손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아린이와 함께 화분 가꾸기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고무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단지 주부습진을 막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의 손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육아와 집안일에 참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마법의 도구였다. 손이 아프지 않고 깔끔하니, 나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고 자녀와의 시간을 더 소중이 여길 수 있었다.
하루는 아린이가 말했다. "아빠는 왜 항상 빨간 장갑을 끼고 있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린아. 이건 아빠의 전투 장비야. 아린이랑 놀고, 집도 깨끗하게 하고, 설거지도 할 수 있는 멋진 장갑이지."
아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빠 멋있다! 나도 그런 장갑 끼고 싶어."
그날 나는 아린이에게 딱 어울리는 작은 어린이용 캐릭터 고무장갑을 사줬다. 아린이는 그 장갑을 끼고 아빠와 함께 작은 설거지와 청소를 도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 아린이도 이제 육아전쟁의 작은 전사가 됐네!" 아린이는 "응!" 대답하며 활짝 웃었다.
그날 밤, 나는 고무장갑을 세척하고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 장갑 하나가 이렇게나 많은 것을 바꿔줄 줄이야.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이후 고무장갑을 끼고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무장갑 속 답답함 보다는 자신의 이쁜 손을 보호하고 있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무장갑은 단순한 육아 도구가 아니라, 아빠와 딸의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나의 손을 보호하는 동시에, 육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렇게 고무장갑은 나에게 육아전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보급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