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아침이 오면 하루가 시작된다. 눈을 뜨고, 아이를 깨우고, 밥을 차리고,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으로 보낸다. 매일 같은 일과가 반복된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하지만 문이 닫히고 아이가 사라진 순간, 집안은 고요해진다. 그리고 그제야 깨닫는다. 이제 나 혼자다.
처음에는 반가웠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알게 된다. 이 시간은 철저히 고독하다. 대화할 상대도, 해야 할 일도 없이 혼자 남겨진다. 창밖에는 여전히 세상이 돌아가고 있지만, 나는 멈춘 것만 같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아이가 남긴 작은 흔적들이 있다. 밥풀 몇 개, 어질러진 색연필, 아무렇게나 놓인 인형. 부엌에는 아침에 마시다 만 커피가 식어가고 있다. 창문을 열면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답답함이 가득하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정리를 하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갈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 마치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새들이 날아다닌다. 바람을 타고 도심과 자연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모습. 그저 날개를 펼쳐 바람을 타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가벼움. 문득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냥 저 멀리. 하지만 현실은 발목을 잡는다.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인 것처럼,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육아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구일까? 한때 나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했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뉴스보다 육아 정보가 익숙하고, 내 이름보다 '아린이 아빠'라는 호칭이 더 많이 들린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이름을 불리는 일이 줄어들었고, 나 자신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만 같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출근길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웃는 직장인들, 커피를 손에 들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이들. 그들 속에서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다. 이 거리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과연 누가 알아차릴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점점 쌓이면서, 문득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우울한 걸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육아는 사회와의 단절을 만든다.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는 사라지고, 일과 중 커피 한 잔을 나누던 시간이 없어진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나를 위한 시간이 찾아오지만, 그때는 이미 피곤함에 지쳐 소파에 몸을 맡길 뿐이다.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고, 또다시 반복된다. 그리고 나는 점점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피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우울증일까?'
이 질문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이 전투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나와 같은 전쟁을 치르는 수많은 부모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도 같은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본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유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싸움일까? 그래도 나는 버텨야 한다. 언젠가는 이 늪에서 빠져나와,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