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그렇건 아닌가 봐요.
"어? 500만 원?"
"이거 엄청 싼 거야.
선배님께서 거래하는 중고차 딜러가 있는데
선배님이 그 딜러에게 받기로 한 금액만 받겠데."
".........."
새 차 가격이 얼마인지 몰랐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더더구나 몰랐어요.
그런데 남편이 자꾸 차를 사야 한데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서울에서
지하철 타고 다니면 될 일을
없는 살림에 왜 차를 산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제가 대학생 때 별도의 상담 수업 같은 걸 들었거든요.
학점에 반영이 안 되는,
말 그대로 특별프로그램이었어요.
하루는 강사님께서 답이 있을까 싶은 문제를 내시더니
학생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정답을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정답이 있을까 싶은 문제였지만 학생들끼리 열심히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저는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일인 줄 알았어요.
알고 봤더니,
강사님께서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의사소통 성향을 분석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 여럿이서 의견을 교환하고 답을 정하는 과정을 지켜보시던
선생님께서 저보고 이러시더군요.
"정답에 근접하게 말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주장을 하니깐 그냥 수긍을 하고 생각을 접더라고요.
아마 평소에 그런 성향일 것 같아요."
남편이 자꾸 자기 생각을 얘기하면...
전 그냥 말수가 적어져요.
그리고 한숨 한 번 쉬고 따라줍니다.
결. 국.
차
를
사
기
로
결
정
했
습
니
다.
"저... 대출을 좀 받을까 해서 왔는데요."
고민 끝에 집 근처에 있는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어떤 대출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대출에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500만 원이요."
저는 대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황했어요.
어떤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500만 원이 없었을까 싶은데
그땐 그랬어요.
결국 제 이름으로 신용대출을 500만 원을 받아서 차를 샀습니다.
제 이름으로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차는 남편 명의였어요.
통장에 찍혀있는 대출금액을 보니
좀 더 적극적으로 아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식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20대에 먹는 거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뭐랄까요. 식사를 하는 목적이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바빠서 제가 혼자 있는 날이 많았는데 혼자 있을 때에는 주로 집밥을 먹고
남편이 집에 있는 날에는 밥을 사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남편은 자꾸 밥을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했거든요.
옷을 사지 않고 버티기로 했습니다.
먹는 거에 큰 즐거움이 없을 때라 그런지 그 당시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몸무게가 유지되는 편이었거든요.
살이 찌면 곧 빠질 일이 있겠구나 했고
살이 빠지면 조만간 원래대로 찌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임신을 한 상태였지만 초기였고
품이 좀 큰 옷도 있어서 임신 중반기까지는 가지고 있는 옷으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가스비, 전기세, 수도세 이런 관리비 중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저희 집이 빌라였기 때문에 가스와 수도는 자가검침을 해서 할인을 받았고
자동이체 할인 등 최대한도로 받을 수 있는 할인은 모두 받았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절감하면 인센티브를 받는 에코마일리지도 가입했습니다.
(제가 가입했을 당시에는 다른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자동차세는 연납제도를 신청했습니다.
연납제도는 1월, 3월, 6월, 9월에 신청가능했습니다.
마침 차를 연초에 샀던 터라 연납신청을 하기에 좋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하나씩 시도해 보니
금방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빚을 갚고 있는데 남편이 말했습니다.
"나 전자피아노 한 대만 살게. 하나 사 자."
여....... 보..........ㅠ
*자동차세 연납제도란?
자동차세 연납제도란 자동차세를 6월과 12월에 2년 내야 하는데
미리 납부할 경우 일정한 금액을 할인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할인율이 10%인 적도 있었는데
점진적으로 할인율이 줄어들어서 2023년에는 7%, 2024년에는 5%로 낮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