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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Mar 30. 2024

네? 캐리비안베이에 가본 적이 없다고요?

-물공포증을 가진 30대 워킹맘의 수영 도전 이야기

네. 맞습니다. 그게 접니다.

제 나이 몇 살이냐고요?

마흔입니다만..


저는 물공포증이 있어요.

예전에 물에 빠질뻔한 적이 있거든요.

제 기억에는 두어 번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전 물이 너무 싫었어요.

제가 물을 얼마나 싫어했냐면요.

가족이 풀빌라에 놀러 가도 물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싫어해요.


이랬던 제가

수영을 배운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제 인생을 두 개로 나눠보라고 한다면

저는 수영을 배우기 전과 후로 나누고 싶어요.


용기를 가지고 

수영을 배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정김경숙 작가님의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라는 책을 읽고 나서입니다.


홍수가 난 날에도 검도복이 젖어가면서 새벽 검도를 하고

출근을 했을 정도 성실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요.

그냥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동기부여가 돼요.

제가 원래 귀가 얇은 편이긴 합니다만 작가님 삶 그 자체에 마음이 진짜 움직여요.



작가님도 저처럼 물공포증이 있으셨데요.

그런데 작가님께서 물공포증을 극복하고 수영을 배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도 작가님처럼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작년 4월, 

그러니까 2023년 3월 말 즈음에 수영을 등록을 해서 4월부터 다니기로 했습니다.

막상 등록을 해 놓고 보니

수영복, 수경, 수모가 다 없는 거예요.


수영복 검색을 했습니다.


세상에.

수영복은 아레나 아닌가.

수영복 종류가 왜 이렇게 많아...

어떤 수영복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엄청나게 많은 수영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왕초보인 것도 부끄럽지만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너무 쑥스러우니 

무조건 검은색이어야 하고..

끈 수영복은 몸에 자국이 남고 아플 것 같아서 

어깨끈이 일자이면서 너비가 넓은 수영복을 고르면 되겠구나.


하고 수영복을 고르려는데

제일 중요한 문제에 봉착하고 맙니다.


내 사이즈는 뭐지?

인터넷으로 옷을 살 때

머뭇거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사이즈잖아요.

특히 바지 사이즈요.


제가 인터넷으로 쇼핑을 잘 안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반품 스트레스 때문이거든요.

계속 고민만 하다가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수영복만 여러 벌..


금방 4월 1일이 되었습니다.

아뿔싸.

수영복을 못 샀네.


' 나 참. 수영복이 없어서 수영을 못 간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근처 백화점에 갈까 하다가

도대체 수영복은 입어보고 사는 건지 

입어본다면 사이즈가 맞는지를 점원이 봐줘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아... 왜 수영복 한 벌 사는 것조차 이렇게 스트레스인 거야...


갑자기 불현듯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 맞다.

집 근처 체육센터 안에 수영복 파는 곳이 있었지!'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그곳으로 갔어요.

"저.... 검은색 수영복 사러 왔어요."

"검은 거 사러 온 거 보니 완전 초보네요. 

검은 거 입지 마. 보기 싫어. "

"저 그래도.. 너무 쑥스러운데..."

"조금만 지나면 검은 거 산거 후회해. 예쁜 수영복이 얼마나 많은데.."


결국 색깔이 좀 섞여있는 수영복 두 개 중에 한 개를 고르기로 했어요.

얼마나 고민이 되던지...

최근에 이렇게 고민할 일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사장님 그런데요. 제 사이즈를 잘 모르겠어요."

"이리로 와 봐요."

사장님께서 허리를 감싸고 

골반을 감싸더군요.

순간 경직되어서 몸이 자동으로 차렷자세가 되었습니다.

"언니는 날씬해 보이는데

골반이 있어 보여서 

혹시나 싶어서 만져봤더니 내 눈이 맞네.

이거 입으면 맞아."


사장님 본인도 30년 수영을 하셨고

그곳에서 수영복을 수십 년 판 노하우로 

제 사이즈를 기가 막히게 찾아주셨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이거 얼마예요?"


헉.

비브랜드 수영복인데 

제 기준에서는 가격이 꽤 비싸더군요.

육만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아.... 한 달을 할지 그전에 그만둘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비싼 거 사도 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 조금만 깎아주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


이천 원 남짓 깎아주셨어요.

"깎아주는 대신 소개 좀 많이 해줘요.

우리 집 수영복을 입으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막 물어본다던데. 

그래서 소개로도 많이 와.

압구정에서 강만 건너면 여기라 강남 사모님들도 많이 오셔.

내가 사이즈가 정확하고 싸게 팔잖아."


사실 저는 제 값을 주고 샀어도 큰 불만은 없었을 것 같긴 해요.

왜냐하면 제가 해결하지 못한

사이즈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주셨잖아요.

그런데 할인까지 해주시니깐 엄청 고맙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둘째 날,

새 수영복을 챙겨 들고 수영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수영 첫날 이야기는 다음회에 쓸게요.^^)


사장님께

사장님 그날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수영복 사는 거 때문에 진짜 스트레스였거든요.

어쩜 그렇게 사이즈를 잘 찾아주셨는지 수영복이 딱 맞더라고요.

소개는 두어 명 한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에게 수영복 예쁘다며 물어보는 사람이 딱히 없었어요.

그렇지만 사장님, 제가 수영복 바꿀 때 다시 갔잖아요.

그리고 아들 오리발 살 때도 갔고요.

딸 오리발 살 때 되면 또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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