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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Apr 02. 2024

아싸, 조조할인받았다!

- 처음으로 수영 강습을 받던 날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수영은 직장 근처에서 7시 아침수영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워킹맘이니까요.


주중에 엄마께서 육아를 도와주시기는 하지만

퇴근 후에 운동하겠다고 

엄마 혼자서 육아를 하시라고 부담을 드릴 순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는 아침에 수영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아침 7시 수영이라

새벽 6시 20분 즈음에 집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6시 30분 지하철을 타야 안 늦거든요.


더 껴입을걸..

4월 새벽은 저에겐 참 춥더라고요.

전 추위를 진짜 많이 타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지하철을 못 탈까 봐

전력질주를 하다시피 달렸더니 조금 따뜻해졌습니다.


'하... 이 새벽에 이렇게 달릴 일인가..'


띠링.

어 뭐지? 

조조할인이네.

얼씨구야.

6시 30분 전이라 할인을 받았나 봐요.

꽤 오랜만에 받아보는 조조할인이라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수영장에 갔습니다.

사실 엄청 헤매다가 들어갔어요.

입구를 잘 못 찾았거든요.

건물이 두 개가 붙어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서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수영장은 지하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보니 뭐를 찍고 들어가던데 그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데스크에 가서 수영장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여쭤보니 앱을 설치하랍니다.

아이고야... 수업 늦겠다.


서울시민카드 앱이었어요.


앱을 설치하고 간신히 탈의실에 들어갔습니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으려는데

수영복이 어찌나 몸에 안 들어가던지

혼자 샤워기 앞에서 

몇 번 넘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입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수영장에 들어갔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더 추워요.

순식간에 팔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게다가 수영복을 입은 제 자신이 너무 쑥스러워서 

어깨를 쪼그리고 

수영장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정각 7시가 되자 

음악이 나오고 수영장 한가운데로 한 분이 걸어가셨습니다.

그분께서 음악에 맞춰 체조를 하셨습니다.

다른 분들은 따라 하셨고

저도 버벅거리면서 따라 했습니다.


제가 눈이 나빠서 동작이 잘 안 보여서

따라 하는 것도 사실 버거웠는데 

더 난감했던 건

방향을 자꾸 틀려서 

옆사람과 마주 보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더군요.


그 뿐만이 아니었어요.

체조 동작을 할 때마다 

바닥에 깔려있는 미끄럼방지매트에 

발바닥이 어찌나 아프던지

뛰는 동작을 할 때는 저도 모르게 발뒤꿈치를 들고 뛰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수영장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 맙소사. 물은 어찌나 차갑던지.....

처음 등록한 분들이 두어 분 계셨던 것도 같은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수영을 좀 배우셨던 분들이었어요.


뭐, 사실 저도 배우긴 배웠죠.

20대에 두 달이요.

그런데 그 짧은 기간 동안 배운 게 기억이 날 리가 없잖아요.


"회원님 어디까지 배우셨어요?"

"네? 저 완전 초보라서요..."

"그럼 호흡부터 배울게요."

혼자 모서리를 잡고 음파음파를 하는데

너무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더라고요.


시간이 참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2~3분 단위로 시계를 봤던 것 같아요.

사실 눈이 나빠서 시계도 잘 안 보였는데

어찌나 안간힘을 쓰고 시계를 노려봤는지 몰라요.


결국 수영장 구석에서 50분 내내 음파만 하다가 수업이 끝났습니다.

하.... 이때 심정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ㅠㅠ

그냥 샤워만 두 번하고 집에 가는 느낌인 거죠.


집에 오니 20년 수영쟁이 남편이 물어봐요.

"오늘 수영 어땠어?"


"어땠긴 뭐가 어때. 구석에서 음파만 하다 끝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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