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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ul 06. 2022

할아버지, 맛있는거 주세요.

순간의 사랑

"이 냥반아, 온이엄마 그런거 주는거 싫어하셔~~!"

빨간지붕 할머니께서 바깥냥반 되시는 할아버지께 손사래를 치며 우리 둘째에게 사탕 한주먹을 움켜주시려는 걸 극구 말리신다.

"아~ 괜찮아요. 이렇게 할아버지가 주시는건 감사하며 기분좋게 먹으면 되죠~"

진심이었다. 이번엔.


불과 1~2년 전 나의 표정과 대답과는 많이 달라져있음을 스스로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억지감사를 하고 돌아서며 아이들 손에 쥐어진 사탕들을 내 주머니에 쑤셔놓고 집에 돌아와 숨겨놓거나 버리곤했다.


시골동네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보기만하면 주머니에서 반사적으로 사탕같은 군것질거리를 꺼내신다. 아이들은 그 주머니를 지니의 요술램프 쯤으로 여기고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맛있는거주세요"라는 메세지를 귓속말로 순수하게 전한다. 그러면 주머니가 궁한 날에는 부러 당신네 집이나 차에 가셔서 '맛있는거'를 가져다 주신다.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지 안먹이고 싶은 애증의 '맛있는거'를 어떻게 해서든지 먹이고야마는 어르신들이 얄밉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여행작가의 책을 읽다가 내가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내리사랑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애들 이 썪으라고, 버릇 나빠지라고 손에 맛있는거를 쥐어주시겠어?'

'엄마가 가로막는다면 집 밖에서라도 달콤한 정을 느끼는게 애들한테도 스트레스를 방출하게 되는 통로아닐까?'

'나를 위해 저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까지 다녀오시네?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그저 귀엽고 고귀한 생명체로 바라봐주시는 어르신들에 대해 감사하고 신뢰하며 이 세상을 긍정할 수 있는 태도를 이 곳에서 배울 수 있지않을까?'

등등 맛있는거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마이너스 선상에서 점점 플러스 선상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 생각이 뿌리내려 이제는 동네 어르신들께 진짜  감사를 하게 되었다. 주머니 속에서 오래 숙성되어 다소 찐득해진 사탕을 주셔도, 아 제발 저것만큼은...! 싶은 것도 껄껄 거리며 받아낸다. 앞뒤 재지않는 그 순간의 사랑을 아이들이 마음 속 깊이 포착하고있음을 기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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