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쩌면

인프피는 투명하다.

by 미세스앤

-MBTI를 믿는가?

-매일 아침 오늘의 운세를 보는가?

-남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매직아이처럼 눈에 들어오는가?

-당신만 아는 누군가의 나쁜 점이 있는가?

-진정한 친구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는가?

-저녁 약속이 생기면 좋으면서도 가기는 귀찮아서 갈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가?

-혼잣말을 자주 하는가?

-누군가 짜증 내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혼나는 당사자인 듯 불편한가?

-남의 고통에 손쉽게 이입되는가?

-불편한 생각만 했을 뿐인데 배가 살살 아파오는가?

-어젯밤 꿈의 의미를 온종일 곱씹고 있는가?

-소리와 냄새와 사람이 싫어서 사람 없는 곳으로 도망간 적이 있는가?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해서 맥이 빠지는가?

-세상의 슬픔과 고난이 쏟아지는 비처럼 다가온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다 그만두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


이 열다섯 가지 중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한 당신은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 고난은 내게만 오고 삶은 나에게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인생조차도 나를 만만하게 보는가 보다고 좌절하며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여기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의외로 시시껄렁한 것들에 웃고 감동하고 기뻐했을 것이다.


출근하기 싫어 죽겠는 몸을 끄집고 출근했는데 동료가 책상 위에 내 최애 커피를 사다 놨다.

네 생각나서 전화했다며 안부를 묻는 선배.

맛있는 밥집 알아놨다며 같이 가자고 조르는 동료.

이런 건 진짜 센스 있게 잘한다는 부장님의 칭찬.


대체로는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감동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관대해지며,

분위기 좋은 곳에 가면 급 순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정 기복이 심한 줄 알지만

그건 기복이 심하다기보다는 자기표현이 넘치는 거라고나 할까.

숨기지 못해 삐져나오는 내 감정의 상태 같은 거니까.


내 기분이 빨간색인지 노란색인지 분홍색인지 너무 잘 보이는, 마음이 투명한 사람인 거다.

그렇게 살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좋은 점은 굳이 감정을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쁜 점은 안 보이고 싶은 감정도 보여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 도망을 가게 되는 거고.


당신은 어쩌면 이런 자신이 싫다고 할 수도 있고, 무능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며, 패배자가 된 기분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 가짜다.

왜냐하면 마음이 시컴시컴하게 안 보이게 하고 사는 사람들도 다 좌절하고 속상해하고 그러면서 산다.

차라리 투명한 건 맑다는 말이라도 쓸 수 있지.

물론 투명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으면 좋겠지만 또 못 그러면 어떤가.

어떻게 봐도 온통 검은 것보다 온통 투명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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