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이 되던 해, 나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칼졸업하고 칼취업을 한 자신감이었는지 입사하기 전에는 어딜 가도 잘 해낼 거란 자신감이 가득 찼다. 그러나 4개월 만에 내 자신감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때의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입사 후 내가 할 줄 아는 건 없었다. 그뿐 아니라 나는 사수가 알려준 것도 금세 잊어버리고 매주 해야 하는 반복 업무를 놓치는 실수도 자주 했다. 그래서 한창 활기찰 그 시절, 나는 늘 늦은 시간까지 혼이 나는 사회초년생의 삶을 살았다.
그때 나보다 10살 많았던 사수는 진심으로 나의 앞길을 걱정하고 조언했지만 지나고 보면 결코 내게 도움되는 말은 아니었다. 입사 1년쯤 되었을 때 그는 지점장에게는 내가 영업부서가 아닌 관리부서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내게도 늘 너는 본사로 가서 관리부서를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 치열한 영업부서에서 내가 버티지 못할 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일을 못하는 사람, 이 직무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너는 여기서 못 버틸 거야."
사수는 내게 "나중에 후배 들어오면 본인이 뭘 알려줄 수 있을지 생각해봐."라고 말하면 갓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후배들이 치고 들어올 상황까지 말하였고 나는 늘 불안감과 자책감에 시달리곤 했다. 그래서 나는 늘 주눅 들었다. 부족한 나와 일하는 사수에게 미안함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정말 나는 사수 말대로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앞으로 만날 후배들에게 알려줄 게 없는 무능한 선배가 될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렇게 이 일이 맞지 않는다는 걱정을 들었던 신입사원은 입사 4년쯤 되었을 때, 나름 회사에서 성과 내며 인정을 받고 있었고 5년 차가 채 되기 전에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예언은 들어맞지 않았다.
이직이 확정되어 퇴사하기 전에 그때 그 사수와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다. 사수에게 내가 이직 면접을 하면서 들은 좋은 칭찬을 말해주며 내 이직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러자 그는 내가 타회사 면접관에서 들은 칭찬에 의아해했다.
"우리 회사에서 다른 선후배들에게 그런 말 들은 적은 없죠?"
그의 말에서 그의 눈에게는 아직도 내가 사회초년생 실수투성이 덤벙이구나 싶었다. 고작 나와 함께 일한 시간이 1년뿐이면서 내 5년간의 직장생활을 그 1년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만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
그제야 왜 내가 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말에 흔들리며 방황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나랑 1년 일한 사람이 내게 "여기는 너와 맞지 않아."라고 하는 말에 스스로 자책했던 과거가 아까웠다. 그가 내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도 실제로 사회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도 아닌 단지 몇 년 먼저 입사한 직장 선배일 뿐인데 말이다.
'고작 얼마나 나를 안다고 내 진로를 결정하시지? 두고 봐요.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라는 맘으로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일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걱정을 가장한 그의 주관적인 평가에 나는 '아. 내가 일을 못하는구나. 여길 나가 다른 곳을 갈 수 있을까? 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그때 나는 자신감 (자기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을 잃어버린 채 나에게 조언인 듯 평가를 던지는 의미 없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고 있었다. 지금에서 깨달은 것은 내가 그를 통해 얻을 것이 “나를 평가하는 그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내가 배울 것은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결정짓는 말에 흔들리지 않는 자세였다.
더불어 내가 후배들을 볼 때 나는 절대 내가 본 그 단편적인 모습으로 그들의 가능성을 한정 짓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괜한 사람 말에 혼자 상처 받지 말고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나는 내 후배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신입사원이 못할 수 있지. 배우면 되는 거지.
코로나 시국에 취업이 어려운 게 당연한 거지.
누구나 처음에는 버벅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어.
네가 부족한 게 아니야.
의미 없는 사람들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어.
사회생활 5년 후에 내가 배운 것은 조언과 나를 괴롭히는 말을 구분하는 법이 아닐까 싶다.
“네가 초심자라는 것을 잊지 마. 초심자로 시작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는 너를 네가 못 견디는 것은 교만한 거야. 초심자가 못하는 것은 당연해. 초심자는 원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워 가야 하는 거야.”
[오은영의 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