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다 소중한 ‘일상의 주도권'에 대하여

by Peter Kim

불타오르네. 이 말이 요즘 내 마음 안에서 천천히 맴돌고 있었다. 뭔가 잡힐 듯 잡힐 듯 아른거리는 이 감각은, 아마도 다시 한 번 제대로 타오르고 싶다는 내 안의 열망 때문일 것이다. 숨을 한 번 고르고,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려 애쓰지만 동시에 그 불씨를 너무 거칠게 다루지 않으려 조심하게 된다. 불은 키우는 것보다 지키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이미 몇 번이나 경험했으니까.

오후에는 스벅에 들러 커피 한 잔으로 일을 시작했다. 사이렌오더를 하려는데, 별이 다 차서 무료 쿠폰을 하나 받을수 있었다. 별것 아닌 일인데도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삶이 “오늘은 내가 한 잔 살게” 하고 슬쩍 건네는 신호 같았다. 커피 한 잔 값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의 경제 점수는 기분 좋게 8점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여유가 하루를 버티게 한다.

출근 대신 집에서 일한 오늘은 유난히 추웠다. 밖으로 나갈 마음이 들지 않아 자연스럽게 집중 모드로 들어갔고, 그렇게 몰입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졌다. 시간을 아껴가며 일을 밀고 나가던 중, 문득 지금 이 리듬과 선택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렷해졌다.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성과보다도 이런 일상의 주도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계획해둔 운동은 말끔히 잊어버렸고, 그 허술함을 스스로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인간적인 빈틈을 죄책감 대신 유머로 처리할 수 있는 여유 역시,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한 자산이니까.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남는 건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이다. 열정은 애써 끌어올릴수록 쉽게 소모되지만, 조심스럽게 다룰 때 오래 살아남는다. 오늘의 나는 불을 더 키우려 애쓰기보다, 꺼지지 않게 곁에 두는 쪽을 택했다. 그 선택이 당장은 조용해 보여도, 결국 나를 더 멀리 데려다줄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이 정도의 온도로, 이만하면 충분한 하루였다.

#자립일일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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