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네. 이 말이 요즘 내 마음 안에서 천천히 맴돌고 있었다. 뭔가 잡힐 듯 잡힐 듯 아른거리는 이 감각은, 아마도 다시 한 번 제대로 타오르고 싶다는 내 안의 열망 때문일 것이다. 숨을 한 번 고르고,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려 애쓰지만 동시에 그 불씨를 너무 거칠게 다루지 않으려 조심하게 된다. 불은 키우는 것보다 지키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이미 몇 번이나 경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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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스벅에 들러 커피 한 잔으로 일을 시작했다. 사이렌오더를 하려는데, 별이 다 차서 무료 쿠폰을 하나 받을수 있었다. 별것 아닌 일인데도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삶이 “오늘은 내가 한 잔 살게” 하고 슬쩍 건네는 신호 같았다. 커피 한 잔 값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의 경제 점수는 기분 좋게 8점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여유가 하루를 버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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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대신 집에서 일한 오늘은 유난히 추웠다. 밖으로 나갈 마음이 들지 않아 자연스럽게 집중 모드로 들어갔고, 그렇게 몰입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졌다. 시간을 아껴가며 일을 밀고 나가던 중, 문득 지금 이 리듬과 선택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렷해졌다.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성과보다도 이런 일상의 주도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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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계획해둔 운동은 말끔히 잊어버렸고, 그 허술함을 스스로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인간적인 빈틈을 죄책감 대신 유머로 처리할 수 있는 여유 역시,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한 자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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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남는 건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이다. 열정은 애써 끌어올릴수록 쉽게 소모되지만, 조심스럽게 다룰 때 오래 살아남는다. 오늘의 나는 불을 더 키우려 애쓰기보다, 꺼지지 않게 곁에 두는 쪽을 택했다. 그 선택이 당장은 조용해 보여도, 결국 나를 더 멀리 데려다줄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이 정도의 온도로, 이만하면 충분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