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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유 Oct 04. 2023

저마다의 사랑법

 순수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은 오직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기 마련이니까, 정말 ‘그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건 그때뿐일 거야.’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그 나이대가 더 속물적이고, 잔인하고, 편협하다고 느낀다. 한 살씩 더 먹을수록 오히려 (외모나 경제적 사정 같은) 외적 조건에 대해선 관대해지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품성, 경제적 능력, 스타일, 집안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이를 가리켜 ‘꼼꼼하게 재기 시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한 사람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보기 시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10대와 20대 초반 무렵의 사랑은 얼마나 잔인한가. 키가 크고 잘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 알파 메일(alpha male) 또는 알파 피메일(alpha female)*로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외적으로 우월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든 사랑을 받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며 때로는 왜곡된 사랑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때는 참 순진하고 어렸지…….’라며 애써 포장한다. 사실은 잘 몰랐고, 잔인했고, 상처받았던 건데.


 나이가 들고 연애 경험이 많아질수록 깨닫는 진실이 있다. 어떤 사람의 매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능력도, 집안도 모두 ‘매력’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전까지는 평가의 기준이 오직 외모에 치중되어 있었다면, 이후에는 수많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적당히 조건을 맞추는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치면 외모에 대한 평가가 전부였던 20대의 연애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겠는가. 옛 어른들이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하고, 연애 시장에선 잘 팔리지 않던 융통성 없고 우직한 남자가 결혼 시장에선 오히려 빨리 품절되는 까닭이다.

 결국 저마다의 사랑법은 다르기 마련이고 나이가 들수록 자기만의 사랑법이 차차 정립되어 간다. 누군가는 경제적 능력을 매력의 1순위로 뽑을 것이고, 누군가는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을 신랑감이나 신붓감으로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외모가, 누군가는 가정환경이 중요할 터이다. 어린 시절 사랑에 대해 너무 몰랐던, 그래서 그저 보이는 것에만 집중했던 시절을 반성하며,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 혹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시기부터는 그 누구도 자신의 이상형을 밝히는 걸 꺼릴 필요가 없다. 순수하지 않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인정하게 됐으니까. 나이가 든 사랑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은 사랑’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어떤 타입의 사랑을 원하는지 알게 된 사랑’인 셈이다. 오히려 과거보다 조금 더 성숙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


 사람들이 “연애는 많이 해 볼수록 좋다.”고 말하는 이유도 아마 이와 같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무조건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한 사람과 오래 사귄다고 “연애를 많이 해서 좋다”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앞서 말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연애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을 바라고, 어떤 사람을 견딜 수 없는가’를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연애’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 알 수 있는 ‘내’가 있다. 반면, 누군가와 만난 뒤에야 알 수 있는 ‘나’도 있다. 유사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비슷하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대로 혹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식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는, 흔하디흔한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방법에 불만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니 저마다의 사랑법을 늘 고민해야 한다.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가, 또 나는 당신에게서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가. 물론 만나야만 반드시 깨닫게 되는 부분들도 아주 많지만, 조금이라도 고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랑법’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 동물행동학적 개념으로, 사회적 동물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과 서열을 가진 개체를 가리켜 ‘알파(alpha)’라고 한다. 즉, 수컷은 알파 메일(alpha male), 암컷은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이라 부른다. 현대 사회에서는 능력이나 재력, 외모 등이 뛰어나 이성과 쉽게 만나는 사람을 가리켜 알파 메일 또는 알파 피메일이라고 부른다.


@AskUp #저마다의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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