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예쁜 사람은 이름도 예쁘다고. 자기가 생각하기엔 이름에 ‘은’이 들어가면 거의 예쁜 것 같다고 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들은 적이 있다. 여기는 좀 더 과격해서, 외모에 맞지 않는 이름이면 인생살이가 고달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쁜데 이름이 별로거나, 예쁘지 않은데 이름이 너무 예쁘다면 인생이 좀 꼬일 수도 있단다. 솔직히 나도 공감했더랬지. 이름이 예쁜 사람은 어쩐지 한 번 더 눈이 가게 된다. 반대로 좀 중성적인 이름에는 관심이 덜 가게 된다.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좋아했던 사람 이름엔 ‘ㅅ’이 들어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ㅅ’이 들어가는 이름은 생각보다 흔하겠지만,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이런 공통점이 있다니 어쩐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은 시옷이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낱말에도 시옷이 들어간다는 건 정말로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런 이유로, 좀 웃기는 이야기지만, 나는 이름에 ‘ㅅ’이 들어가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물론 이름에 ‘ㅅ’이 들어간다고 무조건 내가 좋아하게 될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사랑에 빠지는 건 무척이나 사소한 계기로도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마침 나의 연인이었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앨범 CD도 가을방학의 ‘마음집’이었다. 이 앨범의 1번 트랙의 제목은 “이름이 맘에 든단 이유만으로”이다.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계절을 좋아한단 것만으로
이렇게 누군갈 좋아하게 되는
내가 이상한 걸까요
그댄 절대 변하거나 하지마요
내가 흔들릴 때는 꼭 안아줘요
이렇게 누군갈 좋아하게 되는
행운은 드무니까요
- 가을방학, <이름이 마음에 든단 이유만으로>
이름만으로도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없었더라도, 사랑에 빠지고 보니 이름마저 참 예뻐 보였던 경험은 아마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한데, 선후관계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사랑했던 사람은 이름마저 예뻤다. 아니, 이름이 예뻤다. 발끝부터 머릿속 생각까지, 그 사람의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