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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유 Oct 13. 2023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은데 생각보다 쉬운 문제가 있다. 쉬울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문제가 그렇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첫인상은 으레 ‘차가울 것 같다’라는 이야길 듣는다. 조금 친해진 후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라는 얘길 듣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마음의 가려진 부분을 보여줄 수는 없다. 왜냐면 나도 내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누구와도 잘 지내고, 누구와도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쉽게 열지 않으니, 사람을 사랑하기도 힘든 노릇이겠지. 사랑이란, 연애란, 누군가의 표현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일 텐데, 그 ‘누군가’의 위치에 자리하기란 몹시도 어색하다. 헛발질하고, 엉거주춤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려면,

 먼저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데,

 대개는 사랑을 시작하려면,

 먼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할 테니.


 어떻게 마음의 문이 이토록 협소해진 건지, 돌이켜 보는 건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돌아본다 한들, 옹졸한 심리가 금세 대범해지진 않을 테니까. 다만 언제쯤부터 부담 없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BingImage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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