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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Jan 15. 2019

임세원 교수님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8. 12. 31. 


강북삼성병원의 임세원 교수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분을 알지 못합니다.

기사를 접하고 이런 일이 기어이... 벌어졌구나 싶었습니다.

임세원 교수님은 정신과 진료를 보시다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리셨습니다.

간호사들을 보호하려고 혼자 피하시다 치명상을 입고 얼마 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응급실, 외상센터에서 발생하는 환자 및 보호자의 의료진에 대한 공격, 폭력이 빈번합니다.

응급의 남궁인, 이국종 교수님의 책에 아주 리얼하게 어떤 의학드라마보다 생생하게 그 분들이 당한 폭력이 드러나 있어요. 


그 분들은 생명을 구하는 분들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우울증을 겪는 분들의 자살을 막고 어떻게든 환자분들의 삶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살인이라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다니 놀라움과 애통함을 느낍니다.

유가족 분들도 정신건강의학과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던 듯합니다. 

유가족 분들이 원하시는 것도 의료진의 보호입니다. 

최소한 안전은 보장받아야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곳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라면, 더더욱 의료진의 안전은 지켜져야만 합니다.

청와대 청원이 진행중입니다. 

간단히 로그인할 수 있으니 참여 부탁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483805


                

     몇 년 전 서울 강서구 사설상담센터에서 내담자가 상담심리사를 납치, 죽이려고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뉴스를 보고 나를 떠올리곤 혹시 너 아는 사람이냐며 전화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제가 몇 년 전 수퍼비전에서 앞으로 상담사에 대한 법적 분쟁이 많아질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수련생들은 내담자들이 뭘 그렇게까지 하겠어?...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상담 시간 동안 녹취는 금지되지만요. 언제든 외국 사례처럼 상담사가 고소당하는 일은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담사의 상담 기록, 부모나 보호자 상담, 동료나 수퍼바이저와의 수퍼비전은 상담자가 자기보호를 위해 필요하고요.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하는 신고는 현재 하고 있는 경찰의 형식적인 조사를 넘어 구체적인 매뉴얼로 내담자 분들을 분리 보호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경찰이 데리고 온 자해하는 여자청소년을 위기상담한 적 있는데요. 경찰관 분들이 자해행동에 당황하셔서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거에요. 이럴 때 심신이 안정될만한 공간과 시간이 경찰서 안에서도 있으면 좋겠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담자의 폭력적인 언행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을 더 힘들게 하는 처벌 중심이 아니라, 예방 중심의 안전장치는 어떤 게 있을까요?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12년 경력 동안 그런 일을 당해본 적은 없지만요. 

가끔 내담자의 살의에 가까운 분노의 눈빛을 보면 솔직히 두렵긴 합니다. 

그것이 저를 향한 눈빛이 아니어도 분명 그 눈빛에 상할 그 내담자와 주변 사람들의 피해가 걱정되었어요. 

한 여성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보자마자 뺨을 한 대 맞았다고 합니다. 

예상치 못한 폭력에 상담사나 의사선생님들도 대처할 만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심리상담하는 곳에서 뭐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싶겠지만요.사

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했던 몇 년과 사설상담센터에서 일했던 몇 년을 비교해보면요.

오시는 분들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볼 때 공부하고 일하는 평범한 분들이거든요.

정신적인 위기가 오면 누구나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지 못할 수 있고요.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위험에는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아픈 분들이 그 아픔을 못 이겨 가끔 다른 사람도 아프게 만드니까요.


임세원 교수님께서 남기신 한 권의 저서는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입니다.

제목이 한 번 더 가슴 아프게 해요.

교수님도 우울증을 앓았고 죽음의 충동을 극복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교수님께서 생전 어떻게 일하셨는지 어떤 사람들을 구하셨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교수님의 고귀한 희생으로 앞으로 이런 비통한 죽음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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