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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Aug 18. 2019

처음부터 차가운 사랑은 없다.

일상의 변주가 사랑을 새롭게 한다.-꼰대 글 주의

처음부터 차가운 사랑은 없다. 일상의 변주가 사랑을 새롭게 한다. - 꼰대 글 주의



요즘 사랑이란 편의점 인스턴트 음식 같은 면이 없지 않다.
매달 신제품이 나와 현혹시킨다.
연애 초기의 휘발유성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좀 모자라다.
"사랑은 동사다."라고 누군가 말했듯 실천이나 의지가 들어있는 행위다.

그러기에 책임과 희생이 조미료처럼 섞이게 된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인터넷으로 보거나 상담에서 듣게 된다.
청소년들의 연애는 세대차이를 더 격하게 느낀다.
온라인상에서 알고 지내며 만나지 않아도 사귄다고 한다.
하루 만에 헤어지거나 몇 달 만나지 않아도 교제한 거라고 치고 얼굴을 모르거나
그 사람의 인적사항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 연애들을 폄하하고자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그저 '재미'와 '본능'에 충실한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젊은이들은 기념일에는 모텔을 잡는 게 당연하고 부모님의 허락이나 지원으로
연인끼리 해외여행 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 몇 달 전 충격적인 뉴스는 사당역에서 온라인에서 교제했던 연인을 칼로 찌른 사건이었다.
그 둘은 모두 여성이었으며 한 명이 남성인 것처럼 행세했다고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플라토닉 사랑이고 연애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진실'을 알지 못하고 상대를 위한 '헌신'이 없는데도 사랑이라고 한다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새로운 '자극'과 낯선 '반응'으로만 이뤄진 것은 쾌락이나 쾌감일 뿐
사랑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사랑은

누군가를 하염없이 짝사랑하다 죽은 사람도 있었다.

우물가에서 몇 번 마주친 처녀를 잊지 못해 상사병에 걸려 죽은 유부남

얼굴도 모른 채 결혼했지만 신혼 시절, 눈 내리는 겨울 남편이 들어오면 언 발 녹이라고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퇴근 시간 맞춰 물을 끓여놓는 새댁

아기를 업고 노을 진 저녁에 남편 마중 나간 부인

처가의 일이 자기 일이라며 농사며 집안일이며 손발 걷고 돕는 일꾼 같은 남편

이런 건 너무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상대를 위한 봉사, 헌신하는 일은 우리에겐 너무 고리타분하고 희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그 옛날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다만 사랑에 들어있는 미덕을 일깨우자는 이야기다.

기다림, 진실성, 상대를 위한 헌신과 희생, 책임감을 말이다.

요즘 연애는 주고 받는 게 확실하다.

내가 더 주는 거 아깝고 상대가 덜 주는 게 속상하다.

계산적인 기브앤테이크가 아닌 먼저 줄 수 있는 사랑은 없을까?

그게 꼭 물질적인 게 아니라 관심과 애정 면에서 말이다.

또한 연애의 신비한 감정이나 신선함이 금방 사라진다.
아는 선생님이 아들의 연애를 보면서 한탄하며 말씀하셨다.
요즘 애들은 왜 연애를 결혼한 것처럼 한다니? 애들이 거의 같이 살더라.
실제로 동거하는 커플이 많아졌으며 동거 후에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나는 동거를 반대하진 않는다. 서로 동의해서 살아보고 결혼한다면 좋다!
하지만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게 있다.

동거를 하면 상대방이 전혀 낯설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력 있고 신선한 사람에서 늘 곁에 있는 가족처럼 무심해진다.
몇 개월만 지나도 긴장감이 사라져 상대방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일 새로우려면 결혼 안 하고 연애하면 딱 좋다?? ㅎㅎ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서는 새로운 자극을 찾는 사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며,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낯선 변주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권태로운 표정으로 남편의 농담이나 장난에도 웃지 않는다.
남편은 부인을 위해 하루하루가 똑같은 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늘 새로운 하루라는 걸 증명하듯, 닭 요리를 개발하고 여주인공이 샤워할 때 물을 뿌린다.

자각! 바로 깨라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자꾸 새로운 남자를 찾은들
그 경험 또한 낡은 것이 되고 처음엔 뜨거웠지만 금세 미지근해지는 물과 같은 것이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샤워씬에서 어느 할머니가 샤워기의 물을 틀었는데 처음 물이 뜨거워서
아! 뜨거워! 하고 소리치자 옆에 할머니가 웃으며 핀잔을 준다.
그러면 차가울 줄 알았어?

그 여주인공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처음부터 차가운 사랑이 어딨니?
내가 가진 사랑이 차가워지면 온 맘과 몸으로 데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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