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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 Aug 28. 2019

남자아이에게도 여성서사가 필요한 이유

많은 질문을 받곤 합니다. 왜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에게 여성서사 그림책을 보여주는지에 대해서요. 그런데 저도 늘 묻고 싶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었던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어째서 남자아이들이 여자주인공의 이야기를 읽는 건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일이 되는걸까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라는 말들에 대한 대답을 이 포스트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인 '우따따'와 올해 초에 나눴던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wonderji/4


Q.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여성서사를 더 많이 읽어주는 이유가 궁금해요. 어떤 아들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A.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가 여성서사를 접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동화책들은 이미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니까요. 주인공도 남자고 중요한 일은 대부분 남자가 하고 여자 아이들은 그런 남자 주인공을 응원하거나 보조적인 역할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다 그런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며 자랐잖아요. 그게 무수한 세월을 거쳐 반복되다보니 남자들의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정선을 따라가기도 쉬운 것 같아요. 그게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다보니 반대로 여자들의 이야기는 사소하고 특이한 것으로 치부하게 되고요. 제가 여자인데도 그렇더라고요. 제 아이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고요. 여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읽고 보는 것만한 게 없을 테니까요.



Q. 아이가 성별로 차별받지 않고 주체로서 존중받길 원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딱따구리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딱따구리에 기대하는 점을 말씀해주세요.


제 아이는 남자아이니까 기본적으로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받기 보다는 어떤 혜택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요. 저는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들이 ‘권력'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길 바라요. 궁극적으로는요. 유아동기는 나중에 그런 염치 정도는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게 성인지 감수성을 길러주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성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최대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며 타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존중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시기에 딱따구리가 좋은 도우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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