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다음이 겨울이었던 해가 있었다.

by 읽고쓰는편

그 무렵, 나는 늘 깊은 바닷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고 숨 막힘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단순히 바쁘기만 한 게 아니었다.
일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나라는 사람을 사방팔방에서 눌러오는 느낌.
무엇을 먹었는지도,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저녁, 엄마가 조심스레 물었다.
“일은… 할 만하니?”
그 질문에 왈칵 눈물이 터졌다.
‘왈칵’이라는 단어도, ‘눈물이 터졌다’는 표현도
그저 글 속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그 순간, 마음속에서 더는 버티지 못한 감정이 터져버렸다.


한참을 울고 나서 마음을 추스르려 현관을 나섰다.
바깥은 온통 차가운 공기였다.

어느새 계절은 겨울의 초입.
벚꽃을 보러 간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도 모르는 사이, 겨울이 되어 있었다.

그 해의 나에게 여름도, 가을도 없었다.

난 어쩌다 봄에서 바로 겨울을 맞이했다.


매년 봄이면 꽃을 보러 다녔고
여름이면 수박과 비빔면을 먹으며 시원함을 즐겼고
가을엔 알록달록해진 세상을 보며 괜히 센티해졌고
겨울엔 눈을 기다리며 붕어빵을 사 먹었는데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이 모든 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던 걸까.


얼마 후, 일을 그만뒀다.
사람들은 말했다.
“아깝지 않아? 그 경력, 그 기회…”

전. 혀.


사직서를 내고 짐을 들고 회사 문을 나서던 그 순간
코끝을 스친 겨울바람에 붕어빵 냄새가 나기 시작했으니까.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