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메뉴는 떡볶이
떡볶이를 처음 만들어 봤던 건 초등학교 4학년. 아마 실습으로 만든 거 같다.
그때 같은 반 친구들과 어찌어찌 만들었는데 그걸 떡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에 누군가가 (아마도 나인 거 같다) 실수로 떡볶이에 다량의 설탕이 들어갔다. 근데 그게 떡볶이의 킥이 되었을까? 너무 단 떡볶이가 됐는데도, 유일하게 그 반에서 모두 팔린 떡볶이는 우리가 만든 떡볶이었다.
며칠 전, 아내가 침대에서 말했다
"우리 떡볶이 안 먹은 지 오래됐다."라고.
아내는 몇 달 전에 떡볶이를 먹고, 이석증이 왔다. 갑자기 어지러워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힘들어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하루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때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 물론 떡볶이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때 아내가 이석증 때문에 힘들어했고, 현재도 그 이석증에 불안해나는 중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떡볶이는 기피하게 되는 메뉴가 되었다.
그때 이후로 떡볶이를 먹지 않았으니 거의 4~5개월 된 거 같다.
아내의 말에 내가 답했다.
"주말에 한 번 해 먹자."라고
그렇게 오늘 저녁은 떡볶이가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레시피는 유튜브 영상으로 해결했다.
대충 들어가는 재료를 파악하고, 소스를 만드는 것도 보면서 따라만 했다.
그렇게 파를 넣고, 어묵을 잘라서 넣고, 물을 넣고, 떡을 넣고, 소스를 넣었다.
15분간 떡볶이를 졸이면서 국물 맛을 보니 조금 매웠다. 우리 부부는 맵찔이인데 너무 매운 거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근데 이미 소스까지 부었으니 먹기로 결정했다. 충분히 국물이 졸여진 것 같아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떡을 먹었는데 떡에 국물이 하나도 베이지 않았다.
왜 이러지? 생각하던 중, 아내가 먼저 좀만 더 졸여보자는 제안을 했고, 난 다시 냄비를 들고 인덕션에 올렸다.
그렇게 5분 정도 더 끓이니 물은 더 졸여졌고, 다시 식탁에 자리를 잡고 한 입 했다.
다행히 떡에는 국물이 배어있었다. 아내의 입에서 "맛있다."라는 말과 함께 웃음이 나왔다. 조금 맵다는 말과 함께 콧물을 닦으며 우린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먹는 도중, 왜 떡에 국물이 베이지 않았을까? 에 대해서 잠시 얘기했다.
떡볶이를 먹으며 잠시 분석을 하니 아마도 떡을 뒤늦게 넣어서 그런 거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밀떡이 너무 퍼지는 게 신경 쓰여서 뒤에 넣었는데, 미리 넣고 시작하면 국물이 베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번에 만들 때는 파를 넣고, 불린 떡을 넣고, 물을 넣은 다음에 어묵을 마지막에 넣어볼 생각이다.
아내가 맛있다는 연신 칭찬하며, 수다를 떨면서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오늘 저녁도 잘 해결했다.
떡볶이를 만들면서 떡 넣는 순서가 요리에 영향을 줄지는 몰랐다. 엄청난 영향은 아니지만, 넣는 순서에 따라서 맛이 덜 베일수도 있고, 떡이 너무 퍼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니 떡볶이라는 요리는 뭔가 만들기 쉬우면서도 오묘하다. 오늘 그 오묘함을 하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