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를 보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애도 회사 일도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아니 다 망한 것 같다. 2020년은 어떻게든 빨리 좀 가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2020년은 나에게 딱 그런 종류의 해인 것이다.
남들 다 퇴근하는 시간을 한참을 넘기고 서야 뻣뻣하게 굳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다. 웃으면서 열 받게 하는 빙그레 '썅년'과, 아닌 척 머리 굴리는 여시 같은 '동기년' 생각으로 머리는 복잡하기만 하다. (이것들을 어떻게 족치지)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훑는다.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인지 아니면 잘못 클릭한 것인지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화면에 나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은자리에서 자정이 넘을 때까지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때 없이 훌륭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드라마였다. 이제 나도 아저씨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직작인으로서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평범한 가정의 여주인공이 재벌 2세를 만나 시련을 극복하고 완성해내는 러브 스토리가 아니어서 더더욱 좋았던 것 같다. 우리의 삶은 빛 날 때보다 질척이고 구질구질할 때가 더 많은 법이니까. 그날 저녁 '나의 아저씨'를 보며 혼자 웃고 울기를 반복했다. 상처 난 마음을 보듬어 주고 달래줄 영상과 대사가 너무 많은 드라마였다. 그중에서도 극 중 박도훈 부장(이선균)이 무심하게 하는 말 "뭐 사가?"에 대해 몇 줄 적어본다.
차 안에서 이지안(아이유)은 강윤희(이지아)에게 말한다.
"아저씨가 자주 했던 말 중에 그 말이 제일 따듯했던 거 같아요."
"뭐 사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줌마한테 전화해서 하던 말"
나의 아내에게 전화 통화 끝에 "뭐 사가?"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말속엔 관심과 사랑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벤트 날마다 비싼 그 무엇을 선물하는 것보다 평소에 "뭐 사가?"라고 자주 묻는 사이가 더 사랑하는 사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