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케혀 Jun 14. 2019

남의 손에 급소를 내준 인생들에게

언제부터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습관적으로 "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라고 중얼거렸다. 시간이 갈수록 그 빈도는 늘어만 갔고,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즘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기본적으로 삶의 무게에 눌려 어떤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 자조하듯 뱉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우리 개인의 삶을 스스로 일구어 나갈 수 있는 주도권을 남에게 내주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 TV(인생)인데 다른 사람이 리모컨(주도권)을 쥐고 마음대로 채널(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오늘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타를 타자에게 내놓은 삶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남들이 하는 것,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전혀 의심없이 받아들여왔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내게 있어 대학교가 그랬고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할 때도 다른 길을 일절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당연히 회사에 취직해서 삶을 꾸려 나가야 한다고 믿었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내 인생의 국을 끓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생을 마감할 때 국물 맛을 본다면 똥맛이겠지.)



이처럼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지 깊은 고민도 없이 될 대로 되라는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왜'라고 묻지도 않고 의심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남을 쫓는 사람들, 그리고 청년을 훌쩍 넘었지만 부모님에게 의존한 채 아직 홀로서기를 못한 이들에게 '마루야마 겐지'가 송곳 같은 말들을 퍼부어된다. 아래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_마루야마 겐지> 책 내용 중 일부이다. 








<개인>

아직 어떤 일에도 도전해 보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힌트 조차 되지 못하는 성적 따위를 참고해서, 자신은 이 정도 인간이라고 멋대로 판단하고, 재능 따위 없으며, 그저 어디에나 널려 있는 인간들 중의 하나라고 확신한다. 기껏해야 직장인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니 그 이상 올라갈 수 없으리라는 퇴행적인 생각으로 일찌감치 제 손으로 인생의 문을 좁히고 만다. 



<가족>

멀쩡한 젊은이가 하는 일이 있는데도 부모 집에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집을 떠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자립의 가장 기본 조건이다. 이를 갖추지 않고서는 어엿한 어른이, 아니 제구실을 하는 인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스스로 결심하고, 스스로 길을 결정하고, 자신의 의지로 집을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자식의 의무이며 다른 것은 전혀 필요치 않다. 



<회사>

노동자라는 호칭에 속아서는 안된다. 그 실질적인 처지는 바로 노예다. 이 넓은 세상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고, 저마다 다른 삶의 모습이 있다. 그렇게 폭넓은 세상에 살면서 왜 처음부터, 어린 시절부터 회사에 취직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살아왔는가. 마치 다른 길은 없는 것처럼 다짜고짜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한 근거는 무엇인가. (중략..) 남에게 고용되는 처지를 선택하는 것은 9할을 스스로 방기 하는 일이다. 인생 전부를 남의 손에 빼앗기는 것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과 상여금과 퇴직금을 빌미로 지시에 따르기만 해야 하는 인형 취급을 당하고, 퇴직 후 제2의 인생이라는 거짓으로 점철된 무지갯빛 꿈을 꾸는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철저히 무시된다. 



<국가> 

그 어떤 국가도 불특정 다수의 것이 아니다. 듣기 좋은 그 어떤 말로 둘러대 본들 결국은 특정 소수의 것이다. 이 엄연한 진실을 무시하고 그 위에 이상적인 세계를 구축하려 해 봐야 헛수고다. 국가란 국민이 모두 함께 나눌 수 있는, 막연한 개념으로 뒤덮인 최고의 재산이 아니다. 불과 한 줌도 안 되는 인간들이 독차지한 더없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불합리한 사유물이다. 


국가의 소유자인 이들이 불행하게도 독재적인 압제자인 경우에는 부조리한 그 도식이 모든 이의 눈에 선명하게 보여 오히려 알아채기 쉬운데, 민주주의다 자유주의다 하는 만인을 향한 체제를 갖춘 국가일 경우에는 수많은 국민에게 환상과 착각을 심어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런 나라의 국민은 그 환영에 손쉽게 속아 넘어간다. 이 나라는 영원히 우리의 나라고 나는 틀림없이 그 일원이라는 오해야 잘못된 자각을 평생 품고 산다면 한없이 왜소하고 가련한 존재로 최악의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 한 번도 없다. 이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대원칙이며,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독립()과 자립(自立)'이라고 본다. 부모로부터, 나라로부터 그리고 회사로부터 독립해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두 발의 힘으로만 땅을 딛고 일어서서 세상에 맞서라고 말한다. 더 이상 이러한 것들을 인생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지 말고 떨어져 나와 홀로 버텨나갈 힘을 키워라고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가족 간에도 거리가 필요하며, 남들과 세상이 당연시 여기는 것들을 의심하고 자신만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인생이란 남들의 말이 아닌 내 멋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사실 관심도 없다.)



더 이상 나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들 따위에게 내 급소를 내어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전 09화 "뭐 사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