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의 四季 -가을. '소양의 황혼-
언젠가 모든 것이 지워지듯
오늘의 해도,
뜨거운 하늘마저도
녹아내리는 것을
알게 되는 계절, 가을.
바람은 낮은 목소리로
잠시 속삭이고
낙엽은 땅을 향해
유영하는 시간.
발 밑 바스락 소리,
붉게 달아오른 단풍잎은
여름이 남기고 간 미련처럼
마지막 계절을 불태우는데,
오늘도 저무는 빛 속에서
사라짐을 두려워하기보다
오늘의 빛을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마음에
눈을 떼지 못한다.
붉게 물든 하늘 끝에
잔잔히 스며드는 그 황혼은,
마치 멈추길 바라는 기도처럼
가만히 가슴을 흔든다.
그리하여 끝은,
더욱 오래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