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나를 살렸다 그 이후
운동이 나를 살렸다 매거진 30화 연재 이후의 에필로그 입니다.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같은 질문으로 돌아왔다. 나는 왜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을까. 질문의 끝에는 숫자에 붙잡혀 있던 순간이 있었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 저녁 운동을 하기전 인바디 기계 위에 올라섰다.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 이후, 사흘 만이었다. 키와 나이를 입력하고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금속이 엄지에 닿았다. 잠깐의 정적. 숫자가 떴다. '83kg.' 지난주보다 내려갔고, 월요일보다는 올라가 있었다.
곧이어 체지방과 수분, 지방률이 측정을 시작했다. 막대 그래프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려갔다. '삑.' 측정이 끝났다는 짧은 소리. 나는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하다가 코치를 불렀다.
“어? 코치님, 체지방이 갑자기 늘었는데요?”
“다이어트 하실 때는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올라갈 때도 있고, 낮게 나올 때도 있고요. 다음 주에 다시 해보세요.”
“아… 그래요?”
대답은 했지만, 시선은 숫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결과지를 건네받았다. 대충 훑어보고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다 '이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나' 생각이 들었다.
건물 1층,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다가, 안경점 앞에서 잠깐 섰다. 진열장 안쪽에 그림 하나가 걸려 있었다. 햇빛 아래, 고요하게 펼쳐진 밀밭.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면이었다. 아마,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었을 것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날 이후로도 한동안 숫자에 붙잡혀 있었다. 운동을 해도, 거울을 봐도, 머릿속에는 늘 같은 질문이 맴돌았다. 잘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전부 착각이었을까. 영상과 글을 찾아봤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 가지를 이해하게 됐다.
운동의 본질은 변화를 쫓는 것이 아니라,
지속을 견디는 것이라는 사실을.
결국 변화는, 시간과 인내의 누적이라는 것을.
운동하는 시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변화는 눈에 띄지 않고, 때로는 오히려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몸은 조용히 바뀌는 중이었다. 찢어지고, 회복되고, 다시 쌓이며. 다만 그 과정을 보지 못할 뿐.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쌓여야, 비로소 수확의 형태가 드러난다. 포기하지 않는 과정이, 결국 그것을 만든다.
운동을 하다 보면 누구나 흔들린다. 체중이 늘고, 기록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무너지는 날이 온다. 예전의 나는 그때마다 멈춰 섰다. 숫자 하나에 하루가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수치는 현재를 보여줄 뿐, 방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하강처럼 보이는 구간 역시, 다음 상승을 위한 준비 구간이라는 것을.
성장은 직선이 아니다. 쌓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이기를 반복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언제나 늦게 따라온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지금의 변화가 아니라, 지금의 지속이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서 있다가 문득 알게 됐다. 몸이 달라져 있었다. 허리선이 정리되어 있었고, 어깨의 각도가 전과 달랐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그 변화가 어느 하루의 결과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수없이 반복된 평범한 날들. 그 안에서 조용히 쌓인 시간의 흔적이었다.
운동은 기록이 아니다. 태도의 훈련이다. 완벽한 날은 없다. 피곤한 날, 하기 싫은 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날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그 한 번의 선택. 그게 쌓여 사람을 바꾼다.
오늘의 피로는 내일의 힘이 되고, 오늘의 반복은 결국 형태를 만든다. 어쩌면 이 연재를 통해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결국 이것이었을지도.
우리는 아직 결과를 보고 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믿으며, 계속 반복하는 것. 그것이 내가 운동을 통해 배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