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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Mar 18. 2024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계획만 세우는 나를 극복하는 방법

 “퇴근하고 오늘 한 잔 어때?, 옆 사무실 김 대리도 온다고 하는데.”

 “어?, 미안한데 오늘은 좀 안될 것 같아. 내가 요즘 Body-Profile 촬영 준비하느라. 다음에 꼭 같이 한잔하자.”

얼마 전 친하게 지내던 동료 B와 있었던 대화다. 두 번째 Body-Profile 촬영을 한 참 준비하던 때라 ‘술 벙개’를 다음으로 기약했다. B는 아쉽다는 말을 대신해서 ‘그래 다음에 같이 하자’라는 말을 했지만, 순간의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할 수 도 있는데, 그 순간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직장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일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나은 성과를 보이는 동료가 있을 땐 ‘그 사람은 원래 잘했을 거야’라며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바뀌기 시작한 건 그동안 직장에 적응한 것도, 시간 덕분도 아니었다. 오로지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한 결과였고, 그 과정을 괴롭거나 고통으로 느끼지 않은 덕분이었다.     

 며칠 전 B와 다시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시는 걸 좋아하다 보니 체중이 많이 나갔다. 작년에는 해마다 진행하는 건강검진에서 과체중과 고지혈증, 당뇨 수치가 높으니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치의 소견을 받았다고 했다. 처음엔 자신 역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퇴근 후에는 가족과 함께 식단 조절을 하려고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이전보다 식사량을 줄이고 술자리를 적게 가지려 노력했고, 나름 가족과 운동을 다니려 집 앞 헬스장에 등록까지 해서 러닝머신도 한 시간씩 달렸는데, 아무리 운동을 해도 체중이 줄지 않아 스트레스라는 말까지 이어 했다.


 나는 B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을 끝까지 들으면서 그의 평상시 생활과 퇴근 후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상하네?. 그래도 운동을 했으면 조금이라도 줄어야 하는 게 맞는데 하나도 줄지 않았다고?”

“아니,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 술자리도 좀 줄였고.”

“그런데도 만족할 만큼은 아니고?”

“그렇지. 괜히 운동한다고 비싼 돈 들여서 헬스장 등록했나 후회도 되고 그래. 시간 나면 나도 운동 좀 가르쳐줘. 얼마 전에 Body-Profile 촬영도 했다며, 사진 잘 나왔던데?”

 그는 분명 건강검진 전과는 달랐다. 이전에는 운동은커녕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그였다. 그런데도 당장 바뀌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 나름으로 열심히는 했을 테지만 '정말' 열심히 했느냐다.


 Body-Profile 촬영을 준비하면서 배운 점이 여러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내 몸에서 체 지방 1kg을 빼려면 얼마만큼의 운동을 해야 하느냐다. 이런 내용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고, 적어도 운동을 꾸준하게 해야만 체중을 줄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지방 1kg을 몸에서 배출하려면 개인차가 있지만 적어도 8000kcal가 필요하다고 한다. 체중계의 소수점 0.1kg, 즉 100g을 빼기 위해선 800kcal가 필요한 셈이다. 몸무게 70kg의 성인 남성이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한다면 한 시간 반을 해야만 800kcal를 소모할 수 있다. 그 외 수영이나 등산, 자전거 타기, 맨몸 운동, 계단 오르기 또한 이만한 시간을 해야 하고. 관건은 이러한 운동을 매일 꾸준하게 할 수 있느냐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B를 만났다. 그는 어제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뒤 찾아온 허기짐을 참았다고 했다. 대신  닭가슴살과 몇 개의 과일 조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이전 같으면 가족과 야식을 시켜 먹고 늦게 잠들었을 테지만 어제는 달랐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 좀 살 좀 빠진 것 같지 않으냐’며 너스레까지 떨다가 갔다.

 그런 그 앞에서는 차마 하지 못한 말. ‘아니 그러고 오늘은 너희 사무실 회식 갈 거 아니냐고, 거기 가서도 술 좀 줄이고 2차, 3차까지 가지 말고 1차만 참석해’라는 말이었다.

 

 사실 보통의 사람에게는 보통의 시간만이 존재한다. 여기서 보통의 시간은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 종류로는 사람과의 관계에 얽매여 있거나 불필요한 회식 자리까지 참석하는 등의 생활을 말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평일 아침 출근 시간 전에 조금 일찍 일어나 집 근처를 달려본다던가, 주말에는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있는 것 대신 가족과 함께 주변으로 등산하러 간다든가 하는 등의 활동 말이다.


 B는 자신이 하고 싶을 때만 노력했다. 그리고는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운동을 가르쳐 줄 수도, 주고 싶은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문제점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예 운동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거나, 몸 어딘가 불편함이 있어 정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면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테지만 그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내가 도전한 Body-Profile 결과물에만 자신을 비교하고 ‘왜 나는 빠지지 않는 거지?’라며 불평만 늘어놓고 있었을 뿐. 


 그에게 필요한 건 ‘나는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라는 스스로 다짐이었다. 가끔은 주변에서 내가 Body-Profile 촬영한 것을 보고 ‘너는 원래 운동 잘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데, 그건 그동안의 내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말이다. 실력이란 사람의 노력이 99%가 쌓여야 한다. 나머지 1%가 시간이다. 단기간 최선을 다한 노력에 대비해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게 실력이라는 말이다.


 다만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 법. Body-Profile 촬영을 위해 최소 석 달 이상의 꾸준한 운동과 식단을 지켜야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촬영의 한순간을 위해 살아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나에겐 운동이 그렇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극과 상처를 입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상처와 회복만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술이나 약속, 몇 시간씩 스마트폰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

 

 삶도 그랬다. 단단하게 내 길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두 다리의 힘과 흔들리지 않을 강한 정신력이 전부다. 직장 업무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술에 의지해도 해결될 일은 없다. ‘한 번 더, 다시’라는 다짐만이 필요할 뿐.

 Body-Profile 촬영을 하루 앞둔 날 ‘수분 관리’라는 단계를 거치는데 이땐 먹는 물까지 아예 끓는다. 그리고는 사우나에서 땀을 뺀다. 물론 그만큼 물을 보충하지 않는다. 과정 중에서 이 순간이 가장 힘들다. 고통스럽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럴 때마다 이 순간을 이겨낸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럼 이 순간의 고통까지도 즐길 줄 아는 내가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글을 쓰려면 모니터 앞에 앉아 몇 시간 동안 눈을 비벼가며 있어야 하고, 살을 빼려면 몇 날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작이 어렵다. 괜찮다. 나도 그랬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자. 언제까지 계획만 늘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24.6.19

지난 주 금요일 오랜만에 다시 만난 동료 B. 몰라보게 살이 빠져있었다. 비결을 물었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자전거 타기에 취미를 붙였 단다. 역시 다이어트는 혼자 보다 둘이 해야 하나보다. 특히 가족의 힘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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