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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Mar 12. 2024

번 아웃, 너 아웃!

번 아웃 증후군 탈출 방법

직장생활 중 수시로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렸다. 온종일 온 정신을 쏟아 일할 땐 몰랐다. 그러다가 잠시라도 쉬려고 할 때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하며 자신을 달랬지만 그런 시간도 어느새 10년째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심했다. 몇 달째 반복된 야근의 연속. 그런데도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업무 시간에 미처 끝내지 못했던 일을 어떻게든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까지 반납하는 날이 많았다.

대부분 시간을 책상에서 보낸 탓이었을까, 고질적으로 좋지 않았던 허리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발가락까지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에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았다.


 내가 하는 일은 사무직이다. 공무 서류를 정리하고 결재받고 다시 각종 업무를 기획하는 일. 그렇게 책상 가득 쌓인 서류뭉치 사이에서 종일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니터 바로 앞까지 고개를 가까이할 때가 많았다. 나중에 병원에서 진단해 보니 이것 또한 병명이 있었다. 난시였다.


낯설었다. 인터넷에 관련 검색을 해보니 일시적인 증상이 많다고 했다. 대부분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했다. 특별한 약이나 치료법은 없었다. 그저 휴식이 먼저였고 그다음도 휴식이었다.

핑계 삼기 좋은 기회였다. 문제 된 건강을 방패 삼아 퇴근 이후, 주말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다.


 늦은 밤 불 꺼진 방안 천장을 보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지?' '돈을 벌려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당장 맘 편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어떻게든 다시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체력 앞에서 혼자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다짐은 가망 없는 발악에 가까운 일이었다. 마침 동료의 제안으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위치도 좋았다. 직장과 집 사이에 있어 퇴근길에 곧바로 센터에 들러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기만 하면 되는 경로였다.


나아가 센터 코치에게 개인 교습까지 받기로 했다.

 교습 한 번에 4만 원씩이나 하는 금액이 부담 되긴 했지만,체력을 끌어올려야만 다음이 있다는 생각에 '지금'에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10월 중순, PT를 등록하고 한 달째. 초반에는 저녁 시간만 되면 쉽게 피곤함을 느꼈다. 운동하는 내내 하품이 나왔다. 어떤 때는 앞에 코치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입을 크게 벌리고 하느라 멋쩍은 날도 있었다.     


 두 달쯤 되면서 저녁마다 찾아오는 피곤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 시간까지 운동을 마치고 온 뒤에도 다음날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누워 스마트폰만 만 지적 거리던 시간이 줄어들면서 따라가지 못했던 업무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또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추어 겨우 눈을 뜨고는 바쁘게 운전하던 습관이 조금씩 고쳐지기 시작해 여유 있는 아침 출근 시간이 가능해졌다. 마침내 어깨를 무겁게만 누르고 있었던 피로감과 무기력함을 떨쳐 낼 수 있었다.     


 PT를 진행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현재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전에도 PT를 받은 적이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만져보는  운동 기구가 낯설어 사용 법이라도 제대로 배우자는 생각에 했었다.

하지만 점차 기구 사용 법과 호흡, 자세에 익쉬 하지면서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인터넷과 유튜브 두 가지를 조금만 이용하면 운동 방법이 나오는 데다가, 내가 운동선수를 할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지금은 그 생각이 바뀐 지 오래다. 삶에서 자신의 한계에 부닥쳤을 땐 곁에서 조언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가장 외로운 법, 내 약한 부분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나아질 수만 있다면 돈 얼마에 비하겠는가 하는 생각. 그 방법이 지금의 경험이다.


 직장에서 몇 번의 부서를 옮기면서 매번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편으로는 남들처럼 빨리 습득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치도록 미웠고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은 물론 매일 아침 눈을 떠 일터에 출근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 출근이 아니라 이대로 교통사고라도 나서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한 날도 많다.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나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지금은 운동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때의 아픔과 좌절이 오늘의 굳은살이 되느라 그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반복 끝에 찾아오는 성장하는 내 모습처럼.


 두 번째 PT를 진행하면서부터는 운동일지를 기록했다. 그날의 실패지점에서의 무게와 몸 상태, 덧붙여 그날에 있었던 크고 작은 기억들까지 한 곳에 모아 일기처럼 써나갔다. 끝없는 반복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꾸준함이야말로 실력향상에 있어 가장 큰 힘이 된다. 운동 실력을 늘리는 데 있어 제일 나은 방법이 반복인 것처럼 내 삶도 그랬다.


직장 업무 중에 혹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만큼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반성하고 좀 더 나은 방법을 모색했다. 이 과정은 오늘날 나만의 오답 노트가 됐다.      

 동료들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체력 역시 좋지 않은 내가 지금도 직장을 다니면서, 운동, 독서, 책까지 쓰고 있는 비결 그저 '만의 시간'을 반복한 것뿐이다.


나의 부족함을 이해하면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건 다음을 찾기 위해 방법을 찾는 기회가 된다. 즉 부족함은 나의 더 나음을 찾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나는 지는 게 죽기보다 싫다. 그런데도 이미 많은 패배를 겪었다. 그 쓴맛을 잘 안다. 그러니 이제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이겨보고 싶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번아웃 증후군’, 이번을 끝으로 정말 내 인생에서 아웃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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