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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Feb 27. 2024

결정보다 결심이 필요할 때

마음속 우울함을 떨치는 방법

 결정된 일을 번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대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모든 사람이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내 경우엔 미흡한 업무 탓에 다니던 직장이 큰 피해를 본 적도 있다.  때문에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때가 많았다. 그마치 한 직장에 10년을 다녔음에도 말이다.


 지난 2015년도에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잦은 업무 실수의 연속,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중엔 사람들과 대화까지도 꺼려지기 시작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정신과를 찾아 상담했더니 대인기피와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2020년도 코로나가 대유행하기 직전이었다. 처음엔 약에 의지하다가 의사의 권유로 점차 정도를 줄여나갔다.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했다. 잠시 잊고 있던 운동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종종 동호회 모임에 참석해 구기종목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지만, 직장에서 일이 풀리지 않으니 운동할 때에도 사람들과 마주치기가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때맞추어 코로나라는 핑곗거리가 생겼으니 운동은 더 멀어질 수밖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당시에는 헬스라는 종목에 관심이 생겼다. 코로나의 확산 탓으로 집에서 하는 ‘홈트’(Home-training)도 유행이었다. 인터넷과 SNS에는 Body-Profile 관련 기사와 사진이 눈에 자주 띄었다. 특히 친한 동료 역시 집 근처 헬스장에 다니면서 운동을 시작했다는 말에 마음이 쏠렸다.


 한번 도 해보지 않은 운동이었다. ‘무거운 무게에 다치지는 않을까?.’ 시작부터 겁이 났다. 이럴 땐 경험자의 도움이 제일이다. 약간의 돈을 지하고서라도 제대로운동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개인 P.T를 등록했다.


처음 하는 운동이다 보니 무거운 무게에 금방 지쳐 포기하고 싶었고 다음 날이면 온몸이 아팠다. 그런데도 다시 헬스장을 나간 이유는 확실히 이전에 하던 운동과는 다른 느낌 때문이었다.

 구기 종목, 태권과 같은 시합의 운동은 어떻게든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목표가 있었지만, 헬스장에서 흘리는 땀방울은 오로지 나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 외에는 없었다.

 

 운동하는 시간에는 내 몸무게보다 무거운 원판을 어깨에 짊어졌다. 처음부터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가벼운 빈 봉을 들고 기초근력을 길렀고, 한 달, 두 달 반복하면서 무게를 점차 늘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몸은 무게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헬스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올해로 4년 차가 됐다. 이제 주 3회 이상은 퇴근 후 헬스장을 찾는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나이를 더 먹었음에도 건강검진 결과로만 본다면 신체나이가 더 어려졌다는 점이다. 과정에서 스포츠 모델 종목의 대회를 나가기도 했었고, SNS에서나 봤었던 모델처럼 나도 Body-Profile 촬영 도전에 성공한 적도 있다. 이제 나는 진정으로 이 운동을 즐기고 있 셈이다.

 그 결과 일적인 면에서도 강박관념이 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되지도 않는 ‘완벽’을 추구했던 나였다면, 지금의 나는 남들에게도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줄 안다.


 직장에서 변한 내 삶은 마치 다이어트 같았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웠던 성격 탓에 목표를 위해 늘렸던 업무 시간보다는 숨 한번 크게 내쉬고 여유를 가지면서 일했다. 틈틈이 쉬는 시간에는 주변 동료들과 커피 한잔을 들고 사무실 근처를 돌며 산책도 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업무의 스트레스도, 체중도 같이 줄었다.


 23년도의 Body-Profile 촬영을 준비할 때였다. 횟수로 3번째. 친하게 지내는 동료 중에서는 그 힘든 걸 또 하느냐고 난리다. 물론 ‘하루쯤은 운동을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달콤한 유혹의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준비 자체로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다. 그냥 몸이 변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노력 끝에 변화한 내 모습에 기쁠 뿐이다. 특히 헬스장에서 비슷한 시기를 맞추어 촬영 준비를 하는 경우가 있어 함께 운동할 때면 그들의 에너지도 받고 없던 힘이 생긴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마음 하나에 스트레스가 될지, 동기부여가 될지 결정된다. 그 차이는 이미 내려진 결정에 나를 맞추는 것과 어떻게든 이겨내려는 의지가 담긴 결심이다. 결심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그 일을 끝마쳤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과정을 즐기는 것, 그 자체가 핵심이다.

 

 미숙한 업무 탓에 잦은 실수를 저질렀을 땐 숨이 막힐 정도였다.  ‘힘들다’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며 자책하거나 남 탓으로 핑계를 돌린 적도 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몇 년째 승진 누락과 우울증뿐이었으니,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였다. 나의 마음을 바꾸는 것.

그러기 위해 나만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고 그 시간은 분명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가 길다. 그걸 잘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할 수만 있다면 더 나은 내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 직장에 다니면서 ‘하기 싫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금 노력한 결과로 이루어낸 성과’를 상상해 본다든지, 무거운 무게를 이겨내고 멋진 모습으로 탈피한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모습 말이다.

 

 흔히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하고 하지만 정작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에 대답은 없다. 그걸 위해 ‘즐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었을 때의 짜릿함. 어쩌면 나는 매 순간을 이 느낌 때문에 도전하기를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는 퇴근 후에 도서관과 24시간 카페를 찾아 글을 쓰는 일을 2년째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이름이 새겨진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간에도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져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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