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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Mar 04. 2024

삶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다이어트  요요 현상극복기

2020년도 11월. 첫 번째 Body-Profile 촬영을 마친 뒤였다. 3월부터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느라 그동안 '먹지 못하고 놀지 못한 한을 풀고 마리라'라는 다짐으로 거의 매일 먹고 마셨다. 


 퇴근 후 동료들과 회식을 했고, 물론 자리에는 술이 빠지지 않았다. 1차는 삼겹살과 소주, 2차는 치킨과 맥주, 3차는 다시 맥주, 4차는 노래방, 5차는 편의점까지. 덕분에 몸무게가 갑자기 늘어났다. 70kg에서 90kg까지 늘어난 건 불과 두어 달.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출근길에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차는 걸 느꼈다. '이상하다?, 내가 겨우 이 정도에 숨이 차다고?' 거기에 더해 며칠 전부터 느껴지는 허리통증. 퇴근 후 체중계에 올라갔다. 두 눈을 의심했다. 체중계의 숫자는 정확하게 90.5kg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아니, 내가 얼마나 먹었다고 체중이 이렇지?.'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서 Body-Profile 촬영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담당 코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통해 꾸준하게 관리를 하셔야 할 합니다. 물론 식단은 필수로 지키셔야 하고요, 아무 음식이나 드시면 안 됩니다.”     


코치의 말 대로 식단을 철저히 지켰다. 아침, 점심, 저녁, 중간에 간식까지. 매 끼니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을 조절해 식단을 구성하고 그 외 그동안 좋아했던 빵, 피자, 등의 밀가루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그 결과로 이루어 낸 첫 Body-Profile 촬영이지 않은가. ‘그런데 겨우 몇 달 동안 먹고 싶은 음식 먹고, 운동 안 했다고 이렇게까지 몸무게 늘었다고?’


그제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거무칙칙한 얼굴빛, 듬성듬성 나 있는 수염 자국. 어느새 턱 밑으로 생겨난 턱살, 옆구리에는 일명 ‘러브 핸들’이라고 불리는 지방까지. 흔히 극심한 다이어트 후에 겪는다는 요요현상이었다. 한 참 잊고 지냈던 코치에게 문자를 넣었다. '코치님, 저 운동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21년 2월. 다시 센터를 찾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반갑게 인사해 주는 코치님도 있었지만, 더 반가운 건 작년에 같이 운동하며 친해진 김진수였다. 거의 3개월 만에 만난 진수는 마지막 만났을 때와 전혀 달랐다. 두 배는 커진 듯한 몸에 팔과 어깨도 한 뼘은 더 커진 듯했다. 

작년 이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는 진수의 말을 들으면서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건 후회였고,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이었다. 


 가끔은 나보다 운동신경도, 나이도 어린 진수가 부러웠다. 처음 운동을 배웠다는데, 몇 달을 먼저 시작한 나보다 무게를 더 잘 들어 올렸고 체중도 더 잘 빠졌다. 어떨 땐 혼자만의 비교에 마음이 상하기까지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손에 느꼈던 쇠막대의 서늘함은 마음을 자꾸만 비교에 나를 밀어 넣었다. 나보다 작은 키에 몸무게도 적게 나가는 진수는 더 많은 무게, 더 많은 횟수를 밀어 올리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한 마음에 ‘나는 진짜 운동신경이 없나?’ 싶었다. 그래서일까, 다이어트가 끝났을 땐 더더욱 이 운동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코치에게도 선언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 모습이었고. 

첫날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코치에게 카톡이 하나 와있었다. 

 “회원님, 회원님마다 본인만의 운동 스타일이 있으세요. 그걸 단, 기간에 바꾼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타고난 운동신경도 각자마다 다르니까 다른 사람들이 잘한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하고 천천히 오래 운동하시면 좋아질 겁니다. 물론 유료입니다.^^ ”     


 코치가 보낸 카톡을 반복해서 읽었다. 창피했다. 한눈에 봐도 혹시 내가 기분 나빠할까 봐, 농담을 섞어 보낸 느낌이다. 나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어린데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부끄러웠다.  엉망진창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삶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까지. 


 ‘나는 원래 운동신경이 없어서 남들보다 조금 덜 먹고 운동 조금 더 해야 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속이 편했다. 처음 하는 생각이었다. 늘 남들보다 앞서야 했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야만 했던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건 용기였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나를 불평하기만 했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기 위해 노력은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음 날부터 퇴근 후 목적지 1순위를 헬스장으로 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땐 포기했었던 무게를 완벽하게 들어올 릴 수 있었다. 처음엔 눈으로만 보이는 결과에 ‘나는 안 되는 건가?’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남들과 다른 점, 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찾아본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달, 거의 날마다 빼놓지 않고 헬스장을 찾았다. 주말에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갔고, 저녁에도 다시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반복과 포기하지 않는 것. 물론 ‘주말인데 침대에서 조금만 더 쉴까?’ 하는 유혹도 있지만, 운동을 마치고 난 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매일 같이 이어진 고강도의 운동. 나는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낸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내 모습이고.


 헬스라는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나이는 서른다섯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내가 꾸준히 이 운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올해를 잘 버텨낼 수 있다면 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자신감으로 헬스장의 문을 두들겼다. 


 가끔은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과 같이 운동할 때마다 나보다 더 운동을 잘할 땐 이런 생각을 하기로 했다. ‘만약 내가 저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다고 해서 진짜 이를 악물고 했을까?’. 아니, 나에 대해 만큼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는 절대 오래도록 지속하지 못했을 거다. 왜? 끈기가 부족했으니까. 늘 어떤 운동이든 남들과 비교해서 부족한 실력이면 금방 싫증을 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오히려 지금 시작한 것이 나에게는 최적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운동 후에는 부족했던 점을 인터넷과 유튜브, 책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이 힘은 들지만,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방법임을 알기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도 시험공부는커녕 친구들과 몰래 교실에서 나와 학교 앞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내가 스스로 공부를 한다니.      


  늦은 시작은 없다는 말처럼, 지금부터 첫걸음마를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도전을 계속하면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몸도, 마음도, 나의 약했던 정신상태까지.     


 종종 주변 사람들은 나를 두고 '너는 원래 키도 크고 운동을 잘하잖아.'라는 말을 하는데, 그건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몰라서 하는 얘기다. 운동을 이 삼일 이상을 쉬면 땅이 자꾸 나를 잡아당긴다. '내 몸이 이렇게 무거웠나?'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땐 어떻게든 운동을 했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실내 헬스장을 찾아 늦은 밤까지도 러닝머신을 달리고 날 좋은 날엔 주변 거리를 달린다. 남다른 고충이다.


 우스운 일이다. 차라리 덜 먹으면 될 것을. 순간적인 감정에 쉽게 휘둘리니, 이 나이 먹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린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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