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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by 회색달

아들 녀석의 투정에

멀쩡하던 고개가

오늘따라 무겁습니다.


당신 품에서

해를 보고 자란 나는

튼튼한 묘목이 되어


당신의 등에 업혀

별을 보며 잠든 나는

꿈많은 나무로 자라


당신의 그림자 따라

걸어온 시간만큼

날 닮은

또 다른 묘목을 키웁니다.


나는 바람을 막을 힘도

별을 세어줄 요령도 없지만


아이 앞에선 당신의 이름처럼

커다란 나무가 됩니다.


당신의 그림자보다 길어진

내 그림자 옆에 작은 그림자가 채워질 때,


내 이름 대신

당신의 이름으로 불릴 때,


그때를 그리워할 겁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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