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달리 Feb 12. 2024

프롤로그

운동을 싫어했던 나.

‘태! 권! 도!, 국! 기! 태! 권! 도!’

열 살 때부터 태권도 학원에 가 주먹을 지르며 외친 목소리다. 어렸을 적부터 또래보다 키가 작은 탓이었을까, 부모님께서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태권도 학원에 다니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강제로 학원차에 실려 가다시피 했으니 강제 입학이었다.


 ‘4대 독자’와 ‘ 외아들’. 어렸을 적 명절만 되면 친척 어른 들게 들었던 말이다. 혹시라도 ‘혼자 자란 티’가 나지 않을까, 부모님께서는 항상 걱정하셨다.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도록 만들고 싶어 하셨고 태권도 학원은 그래서 시작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나는 성격이 소심했다. 아무리 같은 또래라고 해도 낯선 친구에게 말을 먼저 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친구 사귀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있어, 태권도 겨루기를 할 땐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려 들었다. 아무리 키가 큰 상대일지라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어떻게든 발차기 한 번을 더 했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기 했다. 초, 중등부에는 시 대표로 선발되어 겨루기 시합에까지 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운동신경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과 항상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 결국 고등학교 입학을 고민하면서 태권도와는 거리를 뒀고 더 이상 하얀색 도복을 입지 않았다.     

 누구나 그렇듯 고등학교 때 진로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중학교 때까지의 내신으로 선발되어 살고 있던 지역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에 입학했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워낙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던 나였기에 기초가 없던 탓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찼다. 더군다나 내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지역 내에서 나름 명문고였다. ‘지금 여기서 살려면 A고등학교는 나와야 먹고사는데 지장 없다’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어찌어찌 입학은 했지만 시험만 보면 등수에 밀려 반 꼴찌를 도맡아 했다.


 같은 반 애들은 대부분 진로를 일찍 정했지만 나는 꿈을 여러 번 바꿨다. 갑자기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경찰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어떤 날은 여행을 전문으로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고. 지금은 결국 평범한 회사원으로 매일 같은 직장을 20년 가까이 출근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가슴 뛰는 일을 꿈꾸며 산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 가슴 뛰는 일’을 찾는다는 말을 하게 되기까지는 운동의 효과가 톡톡히 했다. 전문적으로 운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아도 이 삼십 대 모두 운동은 빠지지 않고 했으니까. 종류만 해도 수가지다. 마라톤, 탁구, 배드민턴, 축구, 풋살, 수영, 요가, 필라테스, 스노보드, 스키, 서핑, 웨이크보드, 클라이밍, 트래킹, 프리다이빙을 거쳐 스쿠버다이빙까지. 지금은 그 모듯 것에서 멀리 떨어져 몇 년째 헬스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농담 삼아 ‘취미부자’라는 말도 하는데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 테니까.


 운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오로지 그 순간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웨이크 보드를 탈 땐 잔잔한 수면 위 한 발을 내딛는 용기, 요가와 필라테스를 했을 땐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에 내 안의 모든 세포의 움직임까지. 그만 큼 내 삶 앞에 놓인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 역시 과거에 알코올 중독과 정신과 약에 의존했었던 시간을 이겨낸 비결은 운동 덕분에 가능했었다고, 운동 자체가 삶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지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른아홉 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이른 아침. 올해 쌓였던 오해와 갈등, 편견과 상처. 그 외 이룬 작은 성공까지도 모든 감정이 하나 되어 곧 다가올 마흔 번째의 새해에는 어떤 다집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동료 B는 올해 다이어트를, E는 금연을 목표로 삼았다는데 나는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던 헬스를 계속해볼 생각이다. 욕심을 내자면 대회도 다시 나가보고 싶은데, 철저한 식단관리와 지금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겁이 앞선다.

그래도  어떻게든 도전해볼까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무언가 도전 앞에서 망설이거나 마음에만 간직하고 있는 꿈을 실현시키고 있은 사람에게 내 이야기가 전해졌으면 한다.


이 책은 내가 겪었던 삶의 고비마다 운동 덕분에 다시 일어나 걸어온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성장과정이 사실 그대도 녹아 있다.

 운동의 목적은 고비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그 힘은 정신과 육체, 모두 해당된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건 이미 내려진 결정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리는 결심이 필요한 때다.


* 저번주 월요일에 연재를 시작 했어야 했건만 갑자기 나빠진 건강탓에 이제야 연재를 시작했다.

  주 1회. 앞으로 이어질 스물 여섯 주의 글쓰기의 첫 시작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