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by 회색달
희망 : 사람 마음속
가뭄을 해결하는 단비

서울 방문 횟수가 늘었다. 일 년에 한 번갈까 할 정도였는데 지난해부터는 소속 작가단의 모임에 참석하느라 매달 한 번은 서울행 기차표를 끊었다.


이번 달은 벌써 두 번째다. 모두 책과 관련된 외출이었다. 다음 주 예정된 모임까지 합하면 총 세 번을 다녀와야 한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내 상태가 좋지 않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은 까닭이다. 약을 먹어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지난달 공저 작가의 북토크 소식 때문이었다. 수 차례 난임을 겪은 어느 여성의 이야기다. 요즘 임신이 어렵다는 말을 듣기는 했어도 가까이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겪고 있을 줄은 몰랐다.



기차에 앉아 미리 구입 한 책을 읽어봤다. 한 남자의 아내, 작가 문미영 아닌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멀어지는 희망은 그동안의 고생이 헛된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고 했다.

절망과 우울에 빠져 있던 시기,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희망은,
내가 버리지 않은 이상
나를 떠나지 않는다.



누구는 희망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겠지만, 문미영 작가에게는 전부였고, 용기였다. 수차례 겪은 난임으로 몸은 지쳐있었고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싶은 그때,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는 모임을 소개받았다.


서로가 겪고 있는 아픔의 모양과 깊이는 분명 다를 터다. 하지만 '난임'으로 지쳐있었던 그녀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 주는 이가 있었고 그만큼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기다림의 고백, 그리고 희망을 향한 여정]은 단순한 난임을 겪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가슴에 품어야 하는지 나에게 깊이 새겨주는 책이었다.


북토크 역시 한 사람의 삶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흡입력 있는 목소리에 빨려 들었고, 한 시간이 넘는 진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작가의 퀴즈와 입담으로 지루할 틈 하나 없었다.

문미영 작가를 많이 알지 못했지만 이번 만남으로 하나는 느낄 수 있었다. 늘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이니, 지금의 가뭄은 아주 잠시라는 것을. 곧 그녀에도 마음에 단비가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순서가 끝나고 다시 역으로 걸어갔다. 도로에서 아침에 내린 비 냄새가 났다. 어깨에 한 두 방울 비가 두둑 떨어지는데 밉지 않았다. 이 정도는 맞을만하다 싶어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가던 길 멈추고 하늘을 향해 핸드폰으로 무엇을 찍고 있었다.


도로 반대편의 무지개였다. 비록 진한 색깔과 모양이 완전하지는 않았어도 틀림없는 무지개였다. 일 분도 안되어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행복해했다

무지개는 비가 그쳐야 만날 수 있다. 마른하늘에 갑자기 생기기란 불가능하다. 거센 비가 내릴수록 무지개는 더욱 아름답고 선명해진다.


오늘은 잠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지금 순간을 즐겨야겠다. 그러다 보면 내 삶에도 언젠가는 반쪽자리 무지개라도 뜨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