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순 구 13화

벗과 함께

by 리얼라이어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매일 같이 출퇴근은 한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경춘선이 복선화 되기 전까지 버스로 출퇴근을 했지만 2010년 12월 21일부터 경춘선은 매일 4시간씩 내 둘도 없는 출퇴근길 벗이 되었다. 그러면서 역마다 정차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눈에 자주 목격되는 장면은 친구들과 같이 등산을 하러 가는 은퇴자분 들이다. 그제도 만났고, 어제도 만난 사이인데 오늘 역시 서로가 만나 모양이다. 그러신 분들이 무슨 그리 할 말들이 많으신지 가끔 이어폰을 귀에 꽂지 않으면 매우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 생각에 이어폰을 빼고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아버지 일기에는 자주 등장하는 친구 몇 분이 있다. 모두 고등학교 내지 대학교 동기동창생 벗이다. 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학창 시절을 모두 춘천에서 보내셨는데, 교편을 잡으셨으므로 자연스럽게 고교와 대학의 교집합에 있는 동기동창생과 가장 밀도 높은 만남을 가지신 듯했다. 아버지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친구와의 만남도 갖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지라도 밥을 같이 먹으며 짧은 시간 함께 보내는 것 또한 일종의 취미 생활처럼 여기신 듯하다.


특히 아버지 일기 속에 벗과의 만남은 대부분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개고기와 돼지고기를 제외하고 토속적인 음식을 선호하는데, 모임에서도 이를 알고 아버지 입맛을 위해 식사 장소까지 변경한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우의를 다지며 담소를 주거니 받거니 한 벗이 어느 날 갑자기 영원히 곁을 떠난다면 얼마나 상실감이 클까? 벗이 가는 길 외롭지 않게 빈소에 연일 찾아 주신 아버지의 여러 친구분들께 다시 한번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더욱이 아버지와 담소를 나누기 위해 철마다 안식원에 찾아 주고 계시는 아버지 절친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친구와 함께 회냉면을 먹고 나니 그 맛이란 아주 좋았다. 내일 춘고 야유회가 있는데 내가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00 역시 내일 않가겠노라고… 00 한테는 아주 미안하게 되었는데. _ 2017년 8월 9일 수 맑고 흐림


오랜만에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하니 그 즐거움이란 역시 동기생들이 최고인가 보다. 특히 00 이는 빠지지 말고 꼭 나오라는 말과 함께 내가 안 나오면 재미가 없다는 말에 빈 말인 줄 알면서도 마음이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다. 좋은 동기생이다. _ 2017년 7월 24일 월 맑음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역시 가꾸고 매만져야 빛이 나는가 보다.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그중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생판 모르는 친구도 있고. 낯 술에 부모 몰라 본다더니 서너 잔 술에 앞이 분간키 어려운 지경에 놓여 빨리 집에 와서 잠을 잤으면… 친구 00 이가 고마웠다. 역시 친구가 제일이야. _ 2017년 4월 8일 토 맑음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어저께가 소복이어서 오늘은 은석회 모임에 당연히 보신탕인 줄 알았는데 00이 대청마루로 정해 어~ 이게 아닌데 하고 의아했는데 그 의문점이 00에서 00형이 순구 때문에 이곳으로 정했노라는 말에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마음 한 가득이다. 배려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00형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남을 배려하고 위함은 그렇게 어려움이 아닐진대, 00형은 그렇게 어려운 일을 잘합니다. _ 2016년 7월 18일 월 맑음
글 © 순 구 | 사진 © 슬로우 스타터
친구들과 같이 이가네 추어탕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2주일에 한 번 씩 만나 점심을 먹으며 돌아가는 시국 이야기로 1시간 이상 보내며 담소하는 우리들의 우의가 끔찍이 좋아 보인다. 이틀간 복지관에 가지를 않았다. 강냉이를 뻥튀기 해옴 _ 2017년 5월 24일 수 맑음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냉이를 뻥튀기 해온 아버지. 지금 당장이라도 아버지 손에 들린 뻥튀기 한 움큼을 쥐어 먹고 싶다. 아버지가 무척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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