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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8. 2019

# 35. 가르치는 건 귀찮은 일이지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배울 점이 많은 아빠라면 참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제제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한데, 설명을 하고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걸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쉬운 일이라면 매번 그리하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가르칠 경우 반드시 따라붙는 것이 귀찮음이니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일이긴 하다. 
 
낚시하러 갈 요량으로 간단하게 짐을 꾸렸다. 아빠가 무얼 하러 가는지 알면서도 제제는 함께 가겠다 보채지 않는다. 아직 어려서 물가는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대신 물고기를 잡으면 집에 가지고 와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남기기는 했다. 
 
물가에 도착했다. 낚싯대는 딱 한 대만 펴 미끼를 달아 드리우고 의자에 앉아 미리 준비한 커피를 홀짝이며 가을볕을 즐겼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인 데다 실력도 어쭙잖지만 눈이 먼 붕어와 코가 막힌 동자개 정도는 만날 수 있었다. 어망을 펴고 잡은 물고기를 넣어두었다. 
 
살림망이라고 불리는 어망을 물속에 설치하고 낚은 녀석들을 넣어두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낚시가 끝나고 귀가해서 어망을 세척하려면 비린내가 진동을 하기 마련이고 따로 건조할 곳도 필요하다. 본래 물고기를 낚으면 바로 놓아주던 이유는 그저 낚시를 즐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한 번 어망을 펴면 이렇게 뒤처리가 제법 귀찮으니 아예 어망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락을 받고 적당한 시간이 되자,
아내는 제제를 데리고 내가 낚시하는 장소를 찾아왔다. 
 
낚시를 하고 물고기를 낚는 것도 재미있지만, 놓아주는 것도 즐겁다는 걸 가르치고 싶었다. 
 
평소엔 가지고 다니지 않던 어망을 챙겨간 것도, 잡으면 바로 놓아주던 물고기를 구태여 어망에 잠시 잡아둔 것도, 낚시 후에 있을 세척과 건조의 귀찮음을 이겨내기로 한 것도, 모두 다 그 때문이었다. 
 
입맛에 맞는다면 낚은 물고기를 요리해서 먹을 수도 있겠지만 작은 물고기는 더 자라서 다시 오라고 보내줘야 한다는 것, 알을 낳아야 하는 배가 볼록한 물고기는 반드시 놓아주는 게 옳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작은 컨테이너에 붕어를 담아 제제에게 건넸다. 
 
"다음에 또 보자!" 
 
큰소리로 외친 제제가 컨테이너를 기울여 붕어를 강으로 돌려보냈다. 강가에 선 제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던 건 분명했다. 한 가지 빼먹은 이야기가 있어 제제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빠가 낚시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뭐라고 했지?" 
 
"깨끗하게 청소하기!"

뭘 하나 가르치려고 해도 이렇게나 귀찮다. 
또박또박 대답하는 제제의 목소리가 든든하게 들렸다.



볕이 좋은 날에 수로를 찾았어요.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그러다 급격히 흐려지는 날씨에 낚싯대는 한 대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외대일침이라고 하죠.
저에게 잡힌 걸 보니 시력이 좋지 않은 붕어임에 틀림없습니다.
평소에는 살림망이라 불리는 어망을 펴지 않는데 이번에는 어망을 설치하고 낚은 물고기를 잠시 잡아두기로 했어요. 제제에게 놓아주는 걸 가르치려고요.
잡은 물고기를 다 놓아주고 붕어 한 마리만 남겨서 컨테이너에 담았습니다.
자~ 제제가 직접 놓아주렴. 제제가 다음에 또 보자며 씩씩하게 인사하고 강으로 돌려보내줬어요.
아빠, 청소는 다 했어? 낚시의 기본은 청소죠. 제제는 이미 기본이 된 낚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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