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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이 Mar 29. 2024

넌 거기에 그대로 있잖아

시 4


넌 떨어져 있었어

몸이 댕강 잘린 채로

넌 거기 있었어

난 널 찾았고

아니면 네가 날 기다렸거나

난 네 향기를 맡았어

내가 걷는 거리가 시체스 거리가 되었어

넌 날 베네치아로 데려다주었어

그리고 지금으로 데려다주었어

난 널 뚫어지게 바라보고 맡았어

그래서 졌고

향기도 사라져 갔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

넌 거기에 그대로 있잖아


 카페를 가다가 인도에 떨어져 있는 핑크색 장미 한 송이를 발견하고 쓴 시입니다. 꽃송이는 멀쩡했지만 꽃 대는 댕강 잘려있었습니다. 향기로운 꽃 향기를 맡으며 30분 정도 앉아있었습니다. 향기를 계속 맡다 보니 향기가 점점 사라져 갔고 꽃 잎도 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꽃의 영혼은 전혀 해지지 않고 처음 모습 그대로 그저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도 그 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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