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
앞서가는 이들을 붙잡으려 달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너의 발자국 밖에
네 발자취는 참으로 멋지구나, 큰 보폭은 주저 않고 흙을 가로지른다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을까
눈 감을 밖에
그때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린다
한없이 깊고 큰 소리가 몸을 울린다
고개를 쳐든다
하늘이 땅인 양 뻗쳐가는 나뭇가지가 보인다
아, 나는 여기 있구나
나는 날아올랐다
친구들과 등산을 하다가 떠올린 시입니다. 오르막길 구간에서 친구들이 저를 크게 앞질러가고 저는 따라가기가 힘들어 바닥을 보며 걸었습니다. 바닥에는 친구들의 발자국이 찍혀있었고 저는 빨리 친구들을 따라잡고 싶었습니다. 그때 순간적으로 내 발자국, 땅을 딛는 느낌, 고요한 공기, 주변의 나무들,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자, 내가 뒤쳐지고 있고 저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순간의 완전함만이 존재했습니다.